[엔짱] 영화·뮤지컬 동시 도전 황정민
초능력 믿는 '뽀글파마' 엉뚱남

"제 밥그릇이 아니에요."

또, '밥' 타령이다. 지난해 '밥상 소감'으로 수많은 버전의 '밥상'을 재생산하게 만든 배우 황정민에게 "연출을 맡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찬바람이 분다는 한국 영화계에서 올해 영화 과 을 통해 관객을 모은 행운남이다.

요즘은 영화 (감독 정윤철ㆍ제작 CJ엔터테인먼트) 촬영에 한창이고 내년 1월2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열릴 뮤지컬 의 주인공 귀도 역까지 스케줄표가 빽빽하다.

황정민이 이처럼 쉼 없이 달려올 수 있는 비결은 자신의 '밥'을 잘 파악하고 밥을 짓기에 충실한 덕분일 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와 경기도 파주의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영화에서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슈퍼맨이었다고 믿는 엉뚱남으로, 뮤지컬에서는 예술과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 바람둥이 천재 연출가로 완벽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황정민은 밥상을 차린 이들의 공으로 돌렸지만 자신이 먹는 밥이 어떤 밥인지, 정확히 아는 머리와 제대로 소화할 위장을 지녔다.

"(박)중훈형이 저를 꽃미남이라고 했으니까 저는 바라는 게 없어요." 배우 황정민은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룡영화제에서 박중훈이 자신을 꽃미남으로 부른 이후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밥상1=저는 슈퍼맨입니다

황정민이 요즘 한창 먹고 있는 밥은 '슈퍼맨', 아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다. 28일 경기도 파주의 세트장에서 전지현과 10m 높이에 매달려 있는 황정민은 영화 속 '엉뚱남' 그대로였다.

우스꽝스러운 하와이안 셔츠에 뽀글뽀글한 퍼머머리를 한 채 찡그리고 있는 모습에서 의 공포에 질린 보험사정원이나 의 나쁜 남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남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비웃지만 스스로 초능력을 잃은 슈퍼맨이라고 믿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황정민은 그 표정 그대로 "저는 슈퍼맨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왜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크립톤 성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피하고 싶었습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황정민은 에 출연하는 동안 실제로도 악당이 머릿 속에 넣은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의 능력을 없애는 돌) 때문에 현재 초능력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슈퍼맨'에서 '황정민'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믿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슈퍼맨 대본을 읽으면서 저도 웃었습니다. 제가 '슈퍼맨입이다'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웃었듯 저도 웃었거든요. '저런 미친 놈이 있나' 하고요. 그 갭을 메우는 것이, 제가 슈퍼맨이라고 믿는 용기를 갖는 게 힘들었어요."

물론 황정민은 단지 밥상의 밥을 먹고 마는 배우는 아니다. 영화 속 교훈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야무진 배우다. 다중인격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면 세상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배우 황정민이 아닌 인간 황정민에게도 큰 방점이 찍히는 작품이에요. 지금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밥상2=귀도는 제 모습이기도 해요.

황정민이 내년에 예약한 밥은 뮤지컬이다. 뮤지컬 의 연출가 귀도 역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을 토대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의 국내 초연작이다. 황정민에게는 이후 4년만에 출연하는 뮤지컬이다. 이 작품을 통해 '인연'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했다.

2003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을 수상하는 뉴스를 보고 "도대체 저게 뭐지?"라고 궁금해했다. 을 갖고 만든 것이라는 정보를 알게 됐는데 자신이 직접 출연하게 된 것이다.

"많이 어렵고 대단히 심오한 작품이라 심사숙고했어요. 남자 예술가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느냐에 대한 이야기죠. 주변에서는 천재라고 하지만 마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어 괴롭고,솔직한 본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거에요. 외국 작품이지만 공감이 많이 돼요."

황정민은 브로드웨이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귀도와 황정민이 닮은 모습이 많아 애정이 깊다. 황정민은 "저도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모자라는 부분이 많지만 모자라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나는 없어'라며 모두에게 솔직해져야 겠죠"라고 말했다.

은 귀도와 귀도의 부인,정부 등 귀도 외에는 17명이 모두 여배우라는 특징이 있다. 무대 역시 최소한으로 미니멀하게 꾸며 귀도가 홀로 이끌어 가야 할 부분이 크다.

"대단히 '미니멀'한 무대에요. 배우가 묻어갈 곳이 없죠. 온리(only) 배우 역량으로 끌어가야 해요. 조금만 헛다리 짚으면 욕먹기 딱이죠, 하하. 2시간30분의 끈을 놓는 순간 볼 게 없어질 테니까요.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욕심도 커요. 정말 연기를 잘 해서 노래와 춤만 잘한다고 뮤지컬이 되는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은 영화배우로 더 유명하지만 황정민은 한 때 뮤지컬 에 출연하며 관객이 단 한 명도 없어 피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초대권 관객 앞에서 썰렁한 반응에도 의연하게 연기해야 한 적도 있다. 그래도 황정민이 영화 작업 틈틈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은 관객을 직접 만나는 그 날것의 현장감 때문이다.

황정민은 "영화는 관객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해서 어려워요. 뮤지컬은 관객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 반응을 보며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황정민은 어떤 밥도 맛있게 먹기 위해 평소에 '음식 공부'를 많이 한다. 영화 뮤지컬 등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994년에는 배낭 하나 메고 훌쩍 유럽으로 박물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을 돌아다녔다. 모딜리아니 램브란트 칸딘스키는 그가 열광하는 작가다.

"틈나는대로 뮤지컬 등을 재미있게 봤어요. 대학로에 가면 이상하게 복잡한 마음이 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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