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드라마·영화서 폭넓은 연기 오만석
내시되려고 직접거세 장면 촬영 '뭉클'… 변수 많은 연기, 지금도 숙제 푸는 중~
살인자와 또 다른 살인자의 추적… 기존 스릴러장르와는 많이 다르죠

평소 오만석은 축구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을 즐긴다. 여러 사람이 등장해 변수가 많은 스포츠라 재미있단다. “연기도 마찬가지 같아요. 배우 스태프 연출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공이라는 텍스트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렇게 저렇게 창조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배우 오만석이 연주자라면 변주곡을 즐겨 연주했을 것 같다. 무지개빛으로 다채로운 역할을 도맡고 있다. 뮤지컬 에서는 트렌스젠더로 열연해 “조승우 보러 갔다 오만석 팬이 됐다”는 뮤지컬 팬들의 증언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지상파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 에서는 농촌 총각으로 수더분한 연기를 해 내기도 했다.

그의 변주곡은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 SBS (극본 유동윤ㆍ연출 김재형 손재성)에서 내시 처선으로 열연 중인 가운데 오는 29일 개봉될 영화 (감독 정길영ㆍ제작 아이엠픽쳐스)에서 살인자 경주 역을 맡았다.

오만석이 현재 주연을 맡고 있는 촬영 중 겨우 짬이 난 하루,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꽤나 지쳐 보였다.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를 이야기할 때는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이었고, 를 말할 때는 서늘한 느낌을 줬다.

오만석은 연기를 ‘외줄타기’에 비유하며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배우 인생은 외줄타기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나 외줄타기나 균형을 잃으면 줄에서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죠. 줄에 서 있는 순간만큼 기쁘고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희열이 있죠. 줄에서 내려와 또 다른 줄을 타고…. 줄에서 아예 내려와야 하면 참 힘들 것 같아요.”

# 의 처선

오만석은 에서 자신이 맡은 처선이 내시가 되기 위해 직접 자신을 거세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오만석은 “힘들었겠다”는 말에 웃음부터 내놨다. 오만석은 “그 장면 촬영하며 괜히 뭉클하더라구요. 남자가 자신의 남성성을 포기하는 것이니 만큼 연기라 해도 호흡이 격해지더군요. 스태프가 집중할 여건을 만들어 줘서 잘 촬영했어요. 드라마에서 나오기 힘든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썼어요”라고 말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뿐만이 아니었다. 처선이 거세에 앞서 폭포에서 마지막 고민에 휩싸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대역 없이 직접 촬영했다. 폭포의 한 발 앞은 낭떠러지였고,엄청난 수압의 폭포는 돌로 어깨를 맞는 듯 강력했다. 한 발이라도 삐끗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만석은 의연했다. 정작 오만석은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죠”라며 겸손해했다.

아무리 주연이지만 과연 내시라는 역할을 맡는 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오만석은 이 질문에 눈을 탁자로 향하고는 30초간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연 그는 “출연하기로 하고 걱정이 많았지요. 덩치가 큰 드라마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고요. 지금도 그 숙제를 푸는 중이고 드라마가 끝나도 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가 큰 숙제를 놓고 푸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라고 답했다. 오만석은 솔직하고 진지한 배우였다.

#의 경주

에 비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는 좀 더 쉽게 출연을 결정했다. 오만석은 시나리오가 독특한 데다 정길영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라는 인연으로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 ‘14년지기’ 이선균이 친구로 등장하고 연기파 류덕환이 출연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오만석이 맡은 경주는 추리소설가 지망생으로 우발적으로 월세를 독촉하는 건물 주인을 살해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한다. 진짜 연쇄살인범인 문구점 주인 효이(류덕환)가 이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 경주의 친구인 형사(이선균)는 경주가 범임인을 직감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오만석은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는 경주를 연기하기 위해 싸이코패스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했다. 매번 충동적으로 살인하는 경우도 있고,주도면밀하게 살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이해하고 난 뒤에는 충실히 경주로 변신했음은 물론이다.

오만석은 가 스릴러라는 점에만 집중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연쇄살인범을 다루지만 연쇄살인범을 빌어 현대를 살아가는 무관심을 다룬 것 같아 재미있어요. 기존의 스릴러는 절대악인 살인자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다뤘다면 는 살인자와 또 다른 살인자의 추적을 다루고 있죠. 살인이 무섭지만 피 튀기는 장면이 많진 않아요. 살인보다 우리동네에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데 누구도 범인인 줄 모르는 세태가 더 무서운 공포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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