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이문식

“영화에서 와이어 해 봤냐고 묻던데요. 보다 더 날아다닌다네요.” 이문식은 올 봄 영화 을 마치고 들어갈 드라마 에서 영화 에서 함께 주연을 맡은 이준기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그는 파울로 코넬료의 를 읽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깊은 사색에 잠긴 속내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언뜻 보아서 꽃미남 배우의 자태 같았다고나 할까.

배우 이문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호텔에서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유쾌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머리 속에 갖고 다가갔다가 한 방 맞기 딱 좋았다.

이문식은 올 봄 영화 (감독 박상준ㆍ제작 필름큐엔터테인먼트,노비트 엔터테인먼트) 촬영을 마치고 처음으로 6개월간 휴식을 취하며 책을 벗삼게 됐다. 이달말부터 SBS 촬영에 들어가 ‘백수 생활’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이문식의 6개월 여정에 동참해봤다.

#책=내 마음의 자양분

“책을 읽고 있는 배우는 처음 본다”고 말을 건네자 이문식은 쑥스럽게 웃었다. 이문식은 배우로서 직접 경험을 통해 자양분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6개월을 쉬면서 책을 들고 다니며 한 장이라도 읽자, 이렇게 생각했어요. 작년엔 바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조급해 지거나 자학하기 쉬운 상황이었죠. 지루하지 않은 소설을 택해 읽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해요. 이 생활을 1년만 더 할까,싶다니까요. 하하.”

이문식은 ‘읽을 수 있는 책을 모조리 읽자’며 독서에 집중한 후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 엄청난 거름이 됐다는 한 지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문식은 최근 파울로 코넬료의 도 재미있게 읽었다며 문학도처럼 꿈꾸는 눈빛을 보였다.

#산=누구에게나 솔직

이문식은 매일 관악산을 탔다. 요즘은 조금 뜸했지만 혼자 산에 올라 생각을 정리하자면 마음이 편안해온다고 했다. 동행인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홀로 산을 탔다.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 먹을 생각으로 올라가요.(웃음) 산을 솔직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직업이 무엇이든 한 발 한 발 자기가 걸어 올라서 정상에 다다라야 하죠.”

이문식은 5세, 2세 아들과 아내와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시골에서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고 못 배웠는데도 영화배우 하잖아요. 하하.”

#공동육아=재경이 아버지로

이문식은 올 2월부터 과천의 에 동참하고 있다. 뜻있는 이들이 출자해 전세를 얻어 공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주말이면 아버지들이 모여서 같이 아이 미끄럼틀을 만들고요. 보일러가 고장나면 함께 고치죠. 저는 연극할 때 세트를 만들어봐서 괜찮은데 한의사 교수 이런 분들은 목수 일을 안 해 봤는데도 아이들 생각하며 해요. 저는 동네에서는 ‘배우 이문식’이 아니라 ‘재경이 아버지’랍니다.하하”

아이들에게 유기농을 먹이고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민회관에서 함께 봤다. 아버지들이 모여 산으로 들로 함께 다니기도 한다. 지인들과는 술 한 잔 기울이며 재일동포 민중문제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문식으로는 처음으로 갖는 ‘일반인’으로의 시간인 셈이다.

# 휴식=생활인 이문식으로

“늘 이 바닥 사람들과 만나고 술 마시고 그러다 이런 모임에 동참하니까 또 다른 경험이던걸요. 제가 개런티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여유롭게 가질 수 있었어요. 예전에 자살했던 젊은 연예인들 이해가 가기도 했었거든요. 한창 바쁘다 시간이 준비하던 영화가 늦어져 시간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덕분에 공동육아에 참여해서 정말 다행이었죠.”

마실 문화가 발달해서 음식을 들고 저녁에 다른 집에 방문하며 교류를 자주 갖는다. 모든 것이 공동이다. 형제보다 더 가까워졌을 정도다.

“절기행사도 많아요. 단오제 때 제가 씨름대회를 다 나갔다니까요. 3등 먹었죠!”

이문식은 들로 산으로 뛰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듯 눈가에 주름을 잡고 웃었다. 이문식은 “참고 참다 너무 하고 싶을 때 연기하는 것이 좋다는 데 지금이 딱 그때”라며 6개월간 푹 섭취한 자양분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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