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미수다' 신예 3인방 사유리·아비가일·브로닌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나봐요."

매주 일요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은 시끌벅적하다. 마치 '세계미인대회'를 보는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연출 이기원ㆍ이하 미수다)의 녹화날은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최근 는 레슬리, 루베이다, 에바, 손요 등의 뒤를 잇는 '제2기' 멤버들을 충원해 인기몰이 중이다.

사유리 푸지타(이하 사유리), 브로닌 멀렌(이하 브로닌), 아비가일 알데레떼(이하 아비가일)는 의 '삼총사'로 새롭게 떠오른 스타 외국인이다. 세 사람은 '전생'이라는 단어를 선뜻 내뱉을 정도로 한국문화에 익숙했다.

#'제2의 루 베이다' 사유리, "사랑을 찾아왔어요."

사유리의 첫인상은 결혼을 갓 앞둔 새색시였다. 사유리는 항상 밝은 웃음을 머금은 일본 젊은 여성이다. 이날도 개나리꽃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상의 원피스에 긴 생머리 스타일로 한껏 멋을 냈다. 똘망똘망한 눈매는 상당한 매력을 지녔다. 마치 눈으로 얘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사유리는 를 하면서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중 '재일교포가 일본 사람인 척 한다'이 가장 많았다. 사유리는 한번도 재일교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예상하지 못한 오해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사유리는 한국 사람과의 결혼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적만 '한국 사람'이 아닌 '나를 사랑하는 한국 사람'과 짝을 짓고 싶다.

"한국에 온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가네요. 제가 한국에 온 이유는 한국을 배우기 위해 왔어요. 참, 일본에서 찾지 못한 사랑도 찾고 싶어요. 제 꿈은 현모양처인데, 제 짝이 한국에 꼭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결혼을 하면 찜질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계란을 까먹는 상상을 해봤어요.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사유리는 녹화장에서 주위을 장악하는 '끼'를 가졌다. 마치 '1기' 멤버인 루 베이다를 쏙 빼닮았다. 에 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녹화전부터 발랄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20대 후반인 나이대도 맏언니격이라 그가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것은 어울려보였다.

#'미소천사' 브로닌, "''' '~습니다'로 말하는 게 가장 편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브로닌은 에서 "저, 바보 아닙니다"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브로딘은 한국의 어학당에서 배웠다는 '~습니다'로 끝나는 존댓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인에게 예의바른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브로닌이 '~습니다'버전의 말투를 고집하는 사연이 있다. 한국어 대화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에요', '~해요' 등의 어투는 무척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표현이 풍부한 한국어의 어려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저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도 '습니다' 문체를 씁니다. 입에 붙어서 편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쉽습니다. 현재 어학당에서 '~에요' 어투를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피곤해요' '몰라요' 같은 몇가지 표현을 제외하면 '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브로닌은 현재 자신의 애완견 초쿄와 함께 지내고 있다. 우연히 명동을 지나다 강아지를 팔고 있는 장소에서 초쿄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친구들은 길에서 파는 동물들은 건강하지 못한 것이 많아 사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로닌은 강아지 무리중에서 가장 병약해 보이는 초쿄를 선택해 거금 23만원을 선뜻 지불했다 .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병약했던 초쿄는 현재 주위에서 '뚱땡이'로 불릴 정도로 살이 많이 올랐고 건강하다. 브로닌의 유일한 희망인 초쿄의 존재는 부모님과도 같다.

사유리, 브로닌, 아비가일은 인터뷰을 끝낸 이후 사진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을 직접 했다. 서로의 화장품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에서 공동체 문화를 추구하는 한국적인 냄새가 풍겼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 법을 따라야겠죠?(웃음)”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최근에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습니다 지나간다'고 알아볼 때가 많습니다. 알아봐 주는 것에 기분은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학생신분으로 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느낌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에서 연예계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아닙니다. 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 뿐 입니다."

#'솔직공주' 아비가일, "한국인 이모부가 세 명이에요."

아비가일은 출연자중 한국과 인연이 깊은 외국인이다. 아비가일의 어머니는 10세 때부터 한국어 공부를 했던 수재였고, 모국인 파라콰이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다. 아비가일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물려받았다. 어느덧 한국에 머문 지도 2년2개월째다.

아비가일은 충남 서산의 한서대학교에 재학중이다. 일부러 기숙사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사람들과 부딪히면 한국어를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학생과 한국학생으로 분리된 기숙사에서 일부러 한국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로 옮긴 것도 한국어를 빨리 익히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래서 그런지 출연자들 중 가장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

'미수다' 녹화현장
"동네 슈퍼 아저씨께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혼혈인인 줄 아셨데요. 하지만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파라과이 소녀인 것을 눈치채셨더라고요. 그만큼 한국말을 잘 한다는 소리겠죠? 하하."

아비가일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세 이모가 모두 한국사람과 결혼한 이색적인 집안 내력을 가졌다. 세 이모는 모두 파라과이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비가일은 어머니에게 "한국 사람과 꼭 결혼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여전히 한국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는 표현이다.

"아직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과의 결혼도 좋을 것 같아요. 이모들도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고 계시니 부럽기도 하고요. 아직 학생이므로 더 학업에 열중한 이후에 결혼을 생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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