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열흘만에 280억 차익
비 사업진출 세이텍 거래재개 첫날 '2배 껑충'
최대주주 손정의 창투사 '배용준 이후 또 잭팟'

‘재주는 비가 넘고 재미는 손정의가 본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위해 선택한 코스닥 상장사인 세이텍이 거래 재개 첫날 기준가 4,500원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1만350원을 기록했다. 비는 총 35억원을 투자해 불과 열흘 만에 시세차익만 55억5,3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날 기록은 배우 분야의 배용준과 비견되는 음악 분야의 비의 이름값을 재확인한 셈이다. 비가 상장 첫날 엄청한 시세차익으로 관심을 끌어낸 반면 이를 두고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바로 배용준이 코스닥 상장사인 키이스트(유상증자 참여 당시 오토윈테크)의 대주주로 참여할 당시 합류한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또 다시 비의 상장사인 세이텍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시작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코리아가 180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설립한 창업투자사로 현재 약 1,25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은 일본 소프트뱅크로 한국계인 손정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측은 이러한 의심어린 시각을 각별히 경계하며 부인하고 나섰다. 소프트뱅크 코리아측은 “배용준과 비는 회사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경우다. 배용준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직접 지휘 감독 하에 상장된 경우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한국 소프트뱅크가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으로 참여했다. 손정의 회장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을 경계하기는 비측도 마찬가지다. 비측은 국부유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코스닥 우회상장이 시세차익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측은 “돈을 벌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세계진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행보였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예수기간을 2년까지 안 뒀을 것이다”고 말했다.

양측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행보는 당분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벤처는 배용준이 키이스트를 인수할 당시 자사의기업구조정1호조합 명의로 주당 6,200원에 57만8,778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보호예수가 풀린 2006년7월3일 기준으로 키이스트의 주가가 2만6,700원을 기록한 터라 4배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금액으로 따진다면 36억원을 투자해 3개월 만에 155억원으로 불린 셈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배용준에 이어 비의 상장사인 세이텍에 주당 4,050원에 자사 이름으로 24만6,913주, 소프트뱅크벤처스기업구조조정2호조합 명의로 215만3,034주, 소프트뱅크벤처스기업구조조정3호조합 명의로 215만3,034주를 배정받아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세이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불과 열흘 만에 156%의 수익률을 올려 280억원을 벌어들였다. 비의 이름값이 워낙 대단한 터라 당분간 세이텍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평가차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배용준과 비는 해외시장을 노리는 대표적인 한국 스타다. 이들이 증권가에 시차를 두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증권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프트뱅크코리아가 단지 시세차액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 배용준과 비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떻게 키워갈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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