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남 작가, 자극적 대사와 과도한 설정으로 역효과, 초반 기세 잡으려다 역풍 맞을 수도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나이 많이 먹은게 자랑이냐'고 대든다. 유학갔다 조기 귀국해 학교에서 적응 못하고 우는 아들은 아버지에게 '능력도 없으면서 왜 날 낳았냐'고 소리지른다. 바람핀 남편의 모습이 담긴 카메라 사진을 보고 충격 받은 아내가 오토바이에 치이자 남편은 '오토바이 안 다쳤냐'며 외려 역정을 낸다.

SBS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극본 문영남·연출 손정현)'이 회를 거듭할수록 자극적 대사와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는 충격적인 대사가 서슴없이 등장하거나 부부 사이의 최소한 예의까지 저버리는 행동으로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조강지처 클럽'은 배우자의 외도에 맞서는 조강지처들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 친구이자 시누, 올케 사이인 김혜선과 오현경이 차례로 남편의 외도 사실에 충격에 휩싸이고, 어머니 김해숙도 남편 한진희의 오랜 바람기 때문에 수십 년간 골치를 앓는다.

여기에 기러기 아빠 손현주는 사업 위기로 유학 도중 귀국시킨 아내와 아들의 불만과 무리한 요구에 낭패감을 맛보고 있다.

극 초반 주인공 모두에게 닥친 처절한 현실은 앞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인륜을 저버리는 듯한 대사와 선정적 구도는 작가의 평소 '글발' 대로 나타나면서 시청자가 인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응이다.

30일 방영한 2회에서는 방송 내내 '불편한 대사'가 쏟아졌다.

손녀는 할아버지를 향해 '나이 많이 먹은 게 자랑이냐?'라고 맞 대들고, 유학에서 돌아와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능력도 없으면서 왜 날 낳았느냐'라고 버릇없이 따져 묻는다. 아내는 남편에게 '몸을 팔아서라도 다시 유학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부부 사이에 오간 설전은 더하다.

'조강지처 클럽'에 나오는 남편들을 빠짐없이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화'부터 낸다. 배우자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투다. 부부의 의미를 저버리고 외도를 일삼지만, 오히려 당당하다.

시청자들 "사회문제를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구성" 질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과도한 설정과 대사를 한 시간동안 봐야하는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대에 맞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청자 박주만 씨는 "불륜조장 드라마"라고 질타했고, 유영오 씨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지만 사회 문제를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구성"이라고 꼬집었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문영남 작가의 집필 스타일로 이어진다. 시청자 안소현 씨는 "세상이 바뀌었고 아줌마란 이미지가 바뀐 지 오래"라며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캐릭터와 말투, 행동이 비슷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 남편을 두고도 생선 가게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김혜선은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과 겹쳐진다. 아내의 정성을 모른척하고 불륜에 목매는 안내상도 '장밋빛 인생' 속 손현주와 흡사하다.

부적절한 관계 당연시하는 극 중 남편들 태도 설득력 약해

'조강지처 클럽'이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조강지처'들의 처절한 복수를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기획 의도 때문이다. 10시대 방영하는 주말극으로는 드물게 80부작으로 계획돼 초반 자극적 설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작의 소재를 일부분 답습하면서 불륜의 수위를 최대치로 높인 문 작가의 기획의도는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우자를 두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당연시하는 극 중 남편들의 태도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연기자 오현경의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초반 관심을 끌었던 '조강지처 클럽'은 첫 회 전국 시청률 14.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출발했지만 2회는 11.7%로 하락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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