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일본에 비해 음식이 많이 나와서 먹는 재미가 있어요."

눈앞에 한식 상차림이 펼쳐지자 사오리(본명 장은주ㆍ26)는 쉴 새 없이 한국 음식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고급 한식 음식점이 아니었음에도 사오리는 나물류부터 잡채까지 고루 젓가락질을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래도 아직 삼합은 먹기 힘들어요. 한국에 와서 접한 음식 중에서는 주꾸미와 추어탕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본에 있을 때도 어머니께서 나물과 '지짐'은 많이 해주셨죠."

한때 일본인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던 사오리의 한국 사랑은 유별났다. 2006년초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만 2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한국 문화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눈길을 주는 듯했다.

그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서 얼굴을 알린 후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넘나들며 연기자와 방송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인기 토크쇼인 MBC TV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했고, tvN의 드라마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가수 데뷔를 위해 음반 녹음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SBS TV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MBC TV '으라차차 가위바위보', SBS TV '빅스타 명장면-NG의 전쟁' 등 각종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녹화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선생님을 꿈꾸며 공부하던 평범한 유학생인 그가 하루아침에 연예인이 된 후 새로운 인생을 제대로 펼쳐가고 있는 셈.

하지만 그도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 사이에도 낄 수 없는' 독특한 처지 때문에 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신분이었죠. 한국에 오면서 '사오리의 나라'에 간다고 들떴는데 오히려 일본인 취급을 당했어요.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나는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그는 "특히 내가 실수할 때 한국 사람들은 무심코 '사오리는 일본 사람이니까 괜찮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국 문화를 잘 배우고 한국어도 잘하게 되면 한국사람으로 봐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만큼 그곳 사람이 될 기회도 있었다. 20세가 될 때 일본으로 귀화할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당시 주위 재일교포 3세들은 거의 귀화했죠. 귀화하지 않으면 외국인으로 남기 때문에 취직 등에서 서류가 달라지는 등 차별이 있고 눈치도 받죠. 하지만 그게 싫다고 일본으로 귀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제게 귀화를 권유하지 않았죠. 제가 한국어는 공부하지 않았지만 한국 문화는 어릴 때부터 배우며 자랐습니다. 일본에서 제사도 지냈죠."

원래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었던 만큼 갑자기 바빠진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다.

방송 일정과 학업(명지전문대 일본어과)을 병행하던 그가 요즘 음반 녹음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개인시간도 없는 등 힘든 점이 많죠. 특히 연기는 대본을 외운 후 표정을 만드는 과정이 어색해서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공부 차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쌓을 생각이에요."

그는 방송, 가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꾸고 있다.

"노래는 원래 좋아했던 일이라 즐겁게 하고 있어요. 방송 활동을 위해 개인기도 하나쯤 연습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오면 일본에도 연예인으로 진출하고 싶어요."

한편 결혼 계획에 대해서는 "서른 살까지는 꼭 결혼하고 싶다"면서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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