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SBS '왕과 나'
대사 착착 감기고 궁에 가면 즐거워
'냉혹한 성종' 보여주려 몸무게도 줄여
첫 촬영 '주색잡기' 무사히 통과했죠

알고 지낸 지 3년째, 드라마 가 종영된 지 9개월 여 만에 다시 만난 고주원은 변한 게 없다는데 변화의 폭이 크게 느껴졌다.

“커피숍에서 보니 (제가) 커피프린스 같지 않나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농담을 건넨다. 꼭 고개를 끄덕여달라는 듯 강렬한 눈빛을 쏜다. 그 ‘커피프린스’가 주문한 메뉴는 우유였다.

작품에 맞게 몸을 만드느라 음료 하나도 가려 마셨다. SBS 월화사극 (극본 유동윤ㆍ연출 김재형, 손재성)의 출연을 확정짓는 순간부터 ‘성종’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말투부터 걸음걸이까지 왕이 되기로 했다.

# 이 편한 사극 체질

“경복궁에 가면 편안해요. 나오기가 싫어질 정도에요. 곤룡포도 잘 맞고….”

“남자매니저와 수다 떨고 영화 보러 다녔더니 어느새 가을이에요. 놀면서 여자친구 사귈 생각을 왜 못했죠? 내년쯤엔 사귈 수 있으려나?” 고주원은 ‘여친 만들기’에 심드렁한 상태였다. 드라마에서 후궁을 거느리고 세기의 스캔들인 어우동과 로맨스도 꽃 피울텐데 당분간 여자친구를 만드는 데 굳이 힘을 빼지 않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차라리 드라마에 몰입해 역사상의 성종이 되어 로맨티스트 연기에 몰입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고주원의 너스레는 진심이다. 사극이 좋다. 자신이 맡은 왕은 최고로 좋은 배역이란다. 구르고 뛰는 촬영이 드문 데다 왕을 따르는 무리만도 20여 명. 안정된 환경 안에서 연기 집중이 훨씬 잘 된다는 얘기였다.

“첫 촬영이 무수리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제 안에 어디서 그런 면이 나왔는지 주색잡기를 무리없이 해냈죠. 다들 자연스럽다고 얘기해 도리어 창피하더라고요.”

고주원은 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앞서 의 시청률면에서 성공한 터라 차기작을 정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인기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자 새로운 역할에 대한 설렘이 동시에 와 닿아서다.

촬영에 앞서 유동윤 작가, 김재형 PD와 많은 미팅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상을 향해 사랑과 증오의 양면을 표현하는 연기여서 녹록치 않았다. 이전 사극에서 커닝을 해볼까 작품들을 뒤져봤지만 그보다 나이대가 높은데다 성격이 달라 모델로 삼기도 어려웠다.

“색다른 연기 자체는 두려움이 컸죠. 그런데 어, 하면 할수록 연기가 착착 감기는 거에요. 대사도 입에 척척 붙고요. 아마도 체질인 듯 싶을 정도에요.”

# 이 느긋한 성격

고주원은 17일부터 맞붙게 될 MBC (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김근홍)과의 경쟁에 부담을 갖지 않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잘 되서 안방극장이 북적댈 수 있다면 굳이 시청률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팀과 남다른 인연이 있기에 솔직히 전쟁을 피하고픈 마음이다.

“사실 때 이병훈 감독님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제게 ‘넌 사극할 얼굴’이라며 출연하기를 원하셨거든요. 그러나 당시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정중히 거절했는데 이렇게 외나무다리서 만나게 돼 죄송할 따름이죠. 너무 잘 아는 지민이는 같은 미용실을 다녀서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쳐줬죠.”

이렇게 느긋함을 보여줬지만 자신에게만은 혹독하게 채찍을 내리쳤다. 고주원은 9개월 휴식기 동안 8kg를 뺐다. 푸근하고 후덕한 인상으로 마무리지었던 때의 모습을 지우려 노력했다.

마침 성종 역으로 캐스팅 되자 이 결심을 더욱 가속화했다. 극중 훗날 자신의 아내와 첩에게 사약까지 내리는 냉혈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외적 변화가 가장 필요했다. 입에서 단내가 날만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지방을 줄였다.

캐릭터의 외형적 변화는 거의 끝났다. 캐릭터의 내실을 다지는 일만 남았다. 다음주면 시청자들의 심판이 내려진다. 고주원은 혹시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대도 달게 받을 준비가 돼있다. 대신 스스로 혹독한 노력의 시간을 줄 것이다.

“시청률이 좋게 나와서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이 크죠. 만약 떨어져봐요. 다 제 탓일 것만 같아요. 그러니 저만 열심히 잘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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