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사랑' 주진모
캐릭터에 푹 빠져 몸이 시키는대로 연기
뒤통수 빵치는 '사랑' 여운이 남는 영화죠
꽃미남 아닌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고(故) 이주일은 이런 유행어를 남겼지만 배우 주진모는 속으로 이렇게 외칠지도 모르겠다.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주진모는 ‘그저 그런’ 반반한 배우로 대중의 뇌리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해 여성들이 그의 외모에 눈은 고정하더라도 심장까지 끌어내리진 않았다고나 할까. 꽤나 남성적인 얼굴이지만 잘 생기고 반듯해서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는, 진공 상태처럼 여겨졌었다.

주진모는 데뷔 10년차 영화 에서야 김아중을 든든한 나무처럼 받쳐주는 역할로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으로 거듭났다.

주진모가 (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ㆍ20일 개봉) 포스터 앞에서 그처럼 강렬한 눈빛을 고정시킨 이유는 더 이상 잘 생긴 외모로 손해보기 싫다는 마음 아니었을까.

주진모는 외모를 덮어 버릴 만큼 진한 남성미를 풍기는 포스터 앞에 앉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자신의 속내를 기꺼이 뒤집어 내놨다.

“더 이상 여자 배우를 띄우는 배우는 되지 않을래요, 하하”라고 농담처럼 말했고, “예전 주진모가 아니네라고 하실 겁니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눈동자를 굴리지 않고 고정한 채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는 여전히 목말라 보였다.

#고집,먹히지 않더라

주진모는 거부감을 줄 정도로 잘난 척을 하거나, 위선적으로 느껴질 만큼 겸손을 떨지 않았다.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알았다. 편안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보였다.

“포스터에 혼자 등장해 좋겠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말에도 “이번이 인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죠. 물론 더 잘 될 수도 있고요”라고 답했다. 의 성공 덕분에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데 대한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이 전해졌다.

주진모는 이후 차기작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주진모는 양 손바닥을 앞으로 펼쳐 흔들며 “잠깐만, 됐어, 이제 그만, 이랬어요”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 받으려 한 것이 아닌데 ‘완소남’이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고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밀려드는 시나리오 역시 또 다시 에서 맡은 역할과 유사한 게 많았다.

시나리오를 만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배우 장동건의 집에서 밥을 먹다 식탁 위의 시나리오를 우연히 보게 됐다.

주진모는 “그 책(시나리오)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어요. 이거 내가 해야 하는데,이런 작품 안 하면 안 되는데…. 저 외에 정해진 이들이 있었지만 감독님께 하고 싶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눈빛이 마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처럼 이글거렸다. 모 배우가 주연으로 결정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로 짐을 꾸려 강원도 춘천으로 떠났다.

“사랑이나 패션에는 상당히 보수적이에요.” 배우 주진모는 의외로 기본형에 충실하다. 술만은 예외다. “한동안 금주도 해 봤지만 배우는 술과 떨어질 수 없나 봐요. 술 안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아이디어도 내 놓고 관계 형성도 하고…. 어떤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잖아요.”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낚싯대를 드리우고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 다시 그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걸음에 달려온 그에게 곽 감독은 “미안하다”고 했고, 주진모는 “시켜만 달라”는 말로 화답했다.

주진모는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배우의 집합 시간이 아닌 스태프의 집합 시간에 현장에 나가 배역에 푹 빠졌다. 곽 감독이 “이 작품에 빠져서 열의를 가진 사람이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주진모를 택하자 실망감을 주기 싫다는 생각에 더욱 열의를 다했다.

“제가 인지도가 있는 배우도 아니고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고집과 열정이 그의 연기력으로 수렴해 다다른 지점이 바로 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친구 2탄 아니다

주진모는 제작보고회에서 예고편을 본 뒤 “조폭 영화라고 소문났지만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액션은 드라마의 한 과정일 뿐, 주를 이루지 않는다.

의 주된 정서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그리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려 하다 인생의 높낮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랄같네…사람 인연”이라는 포스터의 카피가 그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

주진모는 이 트렌디한 영화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진부한 스토리라인 아닐까 싶은 시선에도 당당했다. 중요한 것은 그 뼈대에 어떤 살을 입히고 옷을 지어주느냐이기 때문이다. 대사 앵글 조명 하나 하나 신경을 썼고, ‘정형화된’ 연기를 하지 않으려 애썼다.

“신파 영화에요. 뒤통수를 ‘빵’ 칠 거에요. 그 시대에 빠져서 같이 느끼고 울 수 있는. 영화가 끝난 뒤 계속 마음에 남을 거에요.”

주진모는 성장기에서 성인까지의 시간을 부산에서 보낸 점에서 와 비교됐다. 심지어 2탄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주진모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 출신이라 사투리에 대한 부담은 컸다. 곽 감독이 사투리로 대사를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 준 덕분에 부산 사나이로 거듭났다.

“‘커피 좋아하니?’라고 묻는 것과 ‘니, 커피 좋나?’는 다를 수 있거든요. 이게 시비인지 좋아하는 감정을 숨긴 건지 파악해야 했어요. 이래서 경상도 사람이 무뚝뚝한데 진실하다고 하나,싶기도 했고요. 사투리가 익숙해지니 서울말이 어색하던걸요,하하.”

주진모는 에서 연기적 평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구나’라고 평할 것이라 자부했다. “적어도 얼굴로만 내미는 느낌은 안 줄 것 같아요”라고.

“잘 생겨서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주진모는 손수건에 고이 접어 보관했던 네잎클로버를 꺼내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에둘러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에서 얻고 싶은 것, 첫째는 또 하나의 남자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은 것이고요. 둘째는 얼굴 등 외적 이미지보다 연기로만 인정받는 것입니다.”

하고 싶지만 미처 쑥스러워 하지 못한 말을 내놓은 그는 처음보다 한결 후련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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