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계열 tvN, 성추행 조작방송 물의

CJ미디어 계열의 케이블ㆍ위성TV 채널인 tvN이 연기로 재현한 두 건의 성추행 장면을 방송하며 "잠복 수사를 통해 성추행범을 검거한 현장기록"이라고 자막으로 내보내 시청자를 속였던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4일 연합뉴스는 tvN이 지난 12일 '리얼스토리 묘(猫)'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한 지하철 성추행범 검거 장면을 확인한 결과 철도공안수사대 측으로부터 당시 상황이 현장 기록이 아니라 재연된 상황이라는 증언과 관련 기록을 확보해 공개했다.

철도공안수사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영상제작부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전제로 "전부 재연이었다"면서 "하루 종일 재연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또 철도공안수사대가 작성한 '언론매체 결과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tvN 제작진이 방송 6일 전인 8월6일 "하루종일 재연 촬영했다"는 내용의 서류도 촬영했다.

리얼스토리 묘는 방송에서 "본 내용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성추행을 근절하기 위해 20여 일간 철도공안수사대와 잠복수사를 통해 성추행범을 검거한 현장기록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 프로그램이 사실인 것처럼 시청자를 오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남성이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뒤에서 만지다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수사대 대원에게 체포되는 장면과 함께 여성의 허벅지를 만지던 남성이 수사대원에게 저항하다 전동차 바닥에 나뒹굴며 수갑을 차는 모습이 등장한다. 화면상 성추행범과 피해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 방송이 나간 후 한 네티즌은 '리얼스토리 묘'의 인터넷 게시판에 재연이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가 되려 "근거 없는 글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tvN에 재연 여부를 문의한 결과 담당 PD로부터 "일부 재연이었다"는 답변을 확인했다.이 PD는 이튿날 "외주 제작사 PD의 사기극에 자신들도 속았다"고 말했다.

송창의 tvN 대표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 내용을 조작한 것은 미안하다. 우리도 외주제작사에 속았다. 차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비록 외주사에서 제작한 화면이라 하더라도 tvN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네티즌은 "시청자도 연출 의심을 품을 정도였는데도 tvN이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tvN이 '우리도 외주사에 속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심의2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도된 대로라면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방송 내용과 제작 과정을 확인한 뒤 사무국과 심의위원들의 검토를 거쳐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tvN 관계자들은 연합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사무실을 찾아가 사실 관계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말했으나 송 대표가 한 인터넷 매체에 이런 사실을 알려 미리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조작 사실'을 희석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tvN의 '리얼스토리 묘' 제작진은 24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8월12일 방송된 '밀착취재! 지하철 성추행 백태'편에서 확인 결과 일부의 내용이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출된 상황임이 밝혀져 해당 편을 제작한 외주제작사 HK픽쳐스및 관련 PD에게는 제작중지의 징계를 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영상제작부가 취재, 제작한 이 리포트를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TV 보기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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