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내 생에 최악의 남자" 탁재훈
"가수로 배우로 MC로 어느 한부분도 소홀한건 싫어 에너지 떨어질때까지 열심히"

“피부가 너무 좋으신데요?” 탁재훈은 눈가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게,피부가 타고난 것 같아요. 메이크업도 안 했어요.”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사실 미남은 아니다. 여성팬들의 가슴을 방망이질 치게 만드는 아찔한 매력이 있는 축도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 같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방지축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탁재훈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옆집 아저씨처럼 수더분해 보이지만,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은 없다.

배우 MC 가수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 다양한 명함을 잘 ‘관리’하는 그는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낄낄’대는 ‘겉보기 등급’처럼 허술한 사람은 아니다.

실상은 겉으로 무게 잡는 스타 보다 훨씬 내공이 크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탁재훈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 놨다. 잘 우려낸 녹차 한 잔 처럼 깔끔하면서도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었다.

#영화,20년을 돌아온 길?

탁재훈은 영화 (감독 손현희ㆍ제작 CK픽쳐스ㆍ30일 개봉)에서 ‘탁재훈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고,로맨틱 코미디라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출연했다.

탁재훈은 첫 주연인 만큼 영화에 꽤나 욕심을 냈다. 부인 염정아가 10년 친구였던 탁재훈 앞에서 여자로서 매력을 주장하는 장면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했다. 바로 염정아의 ‘봉춤’.

“(염)정아가 생각보다 춤을 못 추던데요? 하하. 언제 ‘봉춤’을 춰 봤겠어요. 그런데 망사 의상을 직접 준비해 와서 깜짝 놀랐죠.”

탁재훈은 10년지기가 부인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에 “가능한 일이죠. 이성이니까”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술 먹고 서로 자꾸 실수하니까 결혼한 것도 잘 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결혼한 뒤에 각자 이상형을 만나는 것은? “이런 처지의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답은? 영화를 보세요,하하. 사실 엔딩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탁재훈의 연예계 입문은 컨츄리꼬꼬가 아닌 1988년 충무로 영화 스태프 일이었다. 영화를 하고 싶어 ‘몸으로 느껴보자’고 택한 길인데 꽤나 돌고 돌았다. 그러고 보니 근 20년의 세월이다.

“아하,20년. 그러네요.” 탁재훈이 미소를 지었다. 탁재훈은 어린시절 등의 영화를 좋아했듯 요즘은 영화 촬영장에서 짬이 날 때 를 보고 올 정도로 여전히 영화광이다.

#학벌,효리가 내 선배!

탁재훈이 영화에 첫 꿈을 키운 것은 스무살 무렵이었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대학에 진학했다면 87학번이겠지만 탁재훈은 학력고사 당일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다. 광안리 바닷가에서 소주를 들이키며 홀로 인생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어린 마음에 ‘너희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겠지만 나는 4년 뒤에 너희와 다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결국 00학번으로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만요,하하. (이)효리가 제 국민대 선배잖아요.”

탁재훈은 1989년 충무로에 들어가 스태프로 일하다 ‘1989년10월17일부터 1992년4월16일까지 꽉 채운 30개월’ 군복무를 했다. 제대 후 다시 충무로에 갔다 스태프보다는 연기를 해 보라는 제의를 받고 출연한 것이 영화데뷔작 이었다.

이후 1994년 탁재훈 1집을 내놓고 1998년 컨츄리꼬꼬로 데뷔,2002년 해체하기까지 가수로 더 유명했다. 탁재훈의 여유있는 미소 뒤에는 질풍노도와 같은 20대가 오롯이 담겨 있는 셈이다.

#가수,나에 대한 건방은 없다!

탁재훈의 하반기 영화 스케줄은 이미 꽉 차 있다. 현재 휴먼영화 (감독 최종현ㆍ제작 피플앤픽쳐스)를 촬영 중이고 9월에는 김지수와 영화 (감독 윤여창ㆍ제작 KM컬쳐)에서 호흡을 맞춘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을까. 탁재훈은 겨울게 S.papa 2집을 발표할 예정이고,여건이 된다면 신정환과 컨츄리꼬꼬 콘서트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KBS 2TV 등 MC로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역시 소홀할 수 없다.

“어느 한 부분이 잊혀지거나 소홀한 것은 싫어요. 영화 주연을 맡았다고 이제 영화만 한다면,그건 여러 사람에 대한 ‘배신’이고 나에 대한 ‘건방’이라고 봐요. 에너지가 떨어질 때까지 다 해 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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