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깍쟁이·백조역할 소화한 팔색조
데뷔 3년차… "'연애참'선배연기 욕심"

“얻어 맞으며 연기 배웠어요.”

배우 이민정은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 때 연기예술학을 전공했지만 연출을 하고 싶어 선택한 학과다. 필수 수강 과목 중 연기 기초 과목이 있어서 연기를 처음 접했다.

“저는 실기보다 필기 점수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해에 입학했어요. 연기의 기본도 몰랐죠. 처음 제 연기를 보신 교수님이 화가 나서 뭔가를 내던지시더라고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연기는 늦게 시작했지만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여러 차례 해봤다. 연예계에 발을 들일 기회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꽤 유명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의 명함도 많이 받아봤다.

“아버지의 반대로 시작을 못했어요. 이제 시작하려니 데뷔가 늦었네요. 후회가 돼요. 그래도 대학 입학 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고,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배우 이민정은 요즘 필라테스를 즐기며 건강을 챙긴다. 이민정은 “젊었을 때 미리미리 해 둬야죠. 그래야 나이 들어 고생 안 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이민정은 지난 2005년 MBC 베스트극장 을 통해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짧은 연기 경력이지만 다양한 배역을 맡아 봤다. 에서는 애인을 차례로 살해하는 냉혈한을 연기했다.

이후 MBC 드라마 에서 배우 김윤석의 여동생 하정화 역을 맡아 도도한 ‘깍쟁이’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이번에는 MBC 주말극 (극본 이덕재ㆍ연출 권석장)에서 당찬 ‘백조’ 역을 맡았다.

“지금껏 제가 맡은 배역 중 가장 실제 제 모습에 가까워요. 활발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을 가진 캐릭터죠. 10년 지기인 남자 동창과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정이 붙게 돼요. 드라마에 웃음을 불어 넣는 감초 같은 역할이 될 거예요.”

이민정은 데뷔 초부터 닮은 외모 때문에 ‘제2의 김태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민정은 “아휴, 그 얘기 때문에 욕 많이 먹었어요”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민정이 정작 닮고 싶은 이는 배우 장진영이다. 외모가 아니라 연기를 본받고 싶다.

“저야, 김태희 선배를 닮았다고 하면 고맙죠. 가끔은 그 얘기가 싫다고 얘기했다고 욕먹기도 해요. 제가 왜 그런 말을 하겠어요? 저는 그보다 영화 의 장진영 선배님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강한 역할이었죠. 하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여림이 느껴졌어요. 그런 배역, 그런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이민정은 사람을 좋아하는 배우다. 촬영이 없는 날은 어김없이 지인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푼다. 많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고등학교, 대학교 때 만난 친구들을 한데 묶어버렸을 정도다. 하지만 이민정은 연기를 시작한 후 “사람이 그리워졌다”고 말한다.

“팬들은 다수인데 저는 혼자잖아요. 보이는 모습으로만 평가받는다는 게 힘들어요.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진리를 알게 됐죠. 누구나 아는 ‘대박 스타’가 되길 바라진 않아요. 팬들과 교감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해가 지나도 궁금해지고 또 다른 연기가 보고 싶어지는 배우가 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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