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내달 8일 개봉 영화 '리턴' 김명민
'하얀거탑' 이어 연속 외과의사
삶의 깊이 표현 캐릭터가 좋아… 장준혁 역 맡은건 행운이었죠

“저도 AB형이고 아내도 AB형이에요. 그래서인가? 아주 잘 맞아요.” 배우 김명민은 늘 자신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아내가 든든하다.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배우 김명민은 튀기보다 평범한 듯한 외모를 지녔다. 수더분한 인상과 ‘계산된’ 깍듯함과 거리가 먼 겸손함을 가슴 안에 품고 있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장군감일까 싶은 의혹을 KBS 2TV 을 통해 날려버렸고, 착한 이미지를 MBC 에서 불식시켰다.

2004년 KBS 2TV 이후 3년 만에 그를 마주했다. 영화 (감독 이규만ㆍ제작 ㈜아름다운영화사)의 8월8일 개봉을 앞두고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또 한 번 허를 찔렀다.

두 작품을 통해 국민적인 스타가 된 그가 변해 있으리라는 ‘뻔한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간의 나이테는 그를 더욱 단단한 나무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반가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문 앞까지 나와 인사를 건넸고, 잠시 틈이 날 때는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감독 이상기ㆍ제작 ㈜아이비젼영상사업단) 시나리오를 읽고 있었다.

#스타 김명민? 관심 없다!

김명민이 출연한 두 편의 드라마가 히트를 친 뒤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간혹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피곤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허름한 음식점을 찾아 다닌다.

“스타덤은 관심 없어요. 그런 걸 피부로 느끼고 의식하는 게 썩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 ‘나는 여전히 똑같다’ 그런 것도 아니죠. 그런 것에 민감하기보다 무뎌지는 게 좋죠. 연기에는 민감해져야죠.”

김명민은 을 마친 뒤 장준혁에서 벗어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에 비해 긴 시간 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드라마의 특성 탓이다. 우연찮게 역시 외과 의사 역이다.

‘수술 중 각성’으로 수술의 고통을 느낀 나상우라는 열살배기가 25년 후 나타난 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스릴러다. 김명민은 외과의사 류재우 역을 맡았다.

김명민과 유준상(강욱환) 김태우(오치훈) 정유석(장석호) 중 누가 범인인지 찾는 데 관객의 관심이 집중된다.

“처음부터 범인을 궁금해 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 상황에 빠져드는 고급스러운 스릴러라고나 할까요. 가뜩이나 한국영화가 어려운 때잖아요. 에 이어 이 한국 영화를 살리는데 기여했으면 해요.”

사실 김명민은 한때 뉴질랜드 이민을 가려고 생각했을 정도로 연기 생활을 힘들어 한 적도 있었다. 출연 전이었다.

김명민은 “2년 정도 외출을 해 보자고 생각했죠. 회의가 너무 많았어요. 끝도 없고 운도 없는 것 같고…. 다른 재능을 써 보자고 싶었죠. 아내와 사업적인 마인드가 잘 맞아서 여행을 가도 이런 것 해 보자며 이야기를 나누곤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김명민의 아내는 무역업을 한 경험이 있다. 여전히 김명민은 나이가 들면 사업을 해 볼 꿈을 꾸고 있다.

#배우 김명민,물 속 깊은 얼음 되고파

김명민은 차기작으로 손예진이 소매치기로 출연하는 의 형사 역을 맡아 한창 촬영 중이다. 빠르면 10월말부터 또 다른 영화를 촬영할 예정이다. 좋은 드라마를 직접 기획해서 내년 초 남자간의 우정과 의리 사랑을 그린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김명민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테이블 위의 물잔을 가리켰다. 김명민은 수면 위에 살포시 떠 오른 얼음을 손가락으로 갖다 대며 “자,이런 캐릭터는 싫어요”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유리잔 바닥에 가라앉은 얼음을 가리키며 “이렇게 깊이 가라앉은 캐릭터가 좋아요. 제가 표현할 깊이가 있는 캐릭터요. 요리 재료로도 비유하자면 3,4가지 재료보다 10가지 이상의 재료로 요리를 만들라고 하면 더 잘 만들지 않겠어요. 인물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고 감정선이 복합적인 캐릭터에 애정이 가요.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삶을 그린 캐릭터를 만나면 행운이죠”라고 말했다.

김명민에게 그런 ‘행운의 캐릭터’를 꼽아달라고 주문하자 의 장준혁과 의 용현을 바로 언급했다.

김명민은 에서 장진영이 여우주연상을 받고 자신이 상대적으로 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자신의 부족함이라고 했다.

김명민은 “개봉 당시에는 똑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신인상에서 낙마하면서 차이가 벌어지더군요.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을 하게 되면 끝이 없죠. 눈덩이처럼 그런 생각이 불어나요. 나보다 잘 해서 장진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어요”라고 말했다.

김명민이 여전히 시간이 나면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읽으며 노력하는 것도 그런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쓸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시나리오요? 아니요. 연기도 잘 못하는데…. 허허. 제가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미리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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