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스카우트' 엄지원

“그거 아세요? 배우가 일반 팬들보다 사진 잘 찍다는 거?”

배우 엄지원은 카메라 앞에서 서더니 포즈를 취하기 전에 슬쩍 주위를 둘러본다. 양손 엄지와 검지를 엇갈려 잡고 마치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는 것처럼 포즈를 취하더니 배경을 살핀다. 사진기자가 채 위치를 정하기도 전에 자리를 잡더니 미소를 짓는다.

엄지원은 뷰파인더 속 인생을 사랑한다. 그는 데뷔 초기 오락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리다 최근 들어 배우의 위치를 확고하게 잡은 행운아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배우의 삶인 터라 카메라를 사랑하고, 카메라에 비친 자신을 사랑한다. 최근 영화 (감독 김현석ㆍ제작 두루미필름) 촬영을 마친 엄지원을 만났다.

#앵글 속, 나의 삶

엄지원은 최근 카메라를 들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을 참맛을 아는 이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카메라도 선뜻 구입했다.

니콘에서 출시한 필름 카메라와 라이카에서 판매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주변 사물을 촬영하고 있다.

“앵글 속에서 사는 게 좋아요. 어느 경지에 오르면 필름 카메라가 좋다는 데 아직 참맛을 모르겠네요.”

엄지원은 지난 98년 오락 프로그램 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매끈한 외모와 활달한 성격 덕분에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의외로 연기와 인연을 맺는 데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02년 드라마 를 시작으로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후 2004년 영화 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 됐네요. 가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죠. 그 전에 몇 편에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배우의 느낌을 갖는 첫 작품이었어요.”

#앵글 밖, 또 다른 나

엄지원은 자신의 단점을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꼬집었다. 통통 튀어보일 것만 같지만 ‘의외로’ 남을 너무 배려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는 일도 왕왕 있었다.

어느 순간 엄지원은 자신의 성격이 세상사를 사는 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성격을 고치기란 어렵잖아요. 제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람을 대할 때 열려있는, 이른바 ‘오픈 마인드’를 갖는 거죠. 물론 예전과 달리 제 몫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하려고 해요.”

‘배우’ 엄지원은 2004년 을 시작으로 등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차분한 성격의 여인이 많았다.

물론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없지 않았다. 다만 굳이 미세한 표현의 영역을 욕심내기보다 시나리오에 담겨진 인물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요즘엔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드러냄을 확장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오히려 많은 캐릭터를 만나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요.”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

엄지원은 영화 가 자신의 연기 변화의 첫 단추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영화 (감독 정가형제ㆍ제작 영화사 도로시) (감독 김지운ㆍ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 우정 출연하고 있는 이유도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학생을 시작으로 20대 후반의 여인까지 변화를 하는 캐릭터예요. 에서 임창정과 호흡을 맞추는 게 너무 재밌었죠. 게다가 키스신도 있으니 기대해 볼 만하지 않나요?”

엄지원은 제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은 게 요즘 바람이다. 그의 표현을 따른다면 이번 영화 역시 사랑에 대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야구선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지만 그 이면에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가슴 먹먹한 사랑의 감정이 담긴 작품이다.

“요즘 와인의 맛에 빠져있어요. 책도 읽고 맛도 음미하면서 깊은 매력이 무엇인지 찾고 있어요. 연기도 아마 비슷한 것 같아요. 캐릭터마다 간혹 달콤하기도, 간혹 씁쓸하기도 한 게 바로 배우의 맛인 것 같아요.”

스스로 잘 흔들리는 성격이라지만 굳건한 건 바로 한가지다. 바로 연기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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