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베스트… 끼있는 가수들 오락프로접수

‘개탤맨’만 있나? ‘가개맨’도 있다!

최근 ‘개탤맨’(개그맨+탤런트)들이 상승가를 올리며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개탤맨’의 빈 자리를 꿰차고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개맨’(가수+개그맨)이다. 언젠가부터 가수들이 오락 프로그램에 하나 둘씩 출연하더니 이제는 아예 메인 MC 자리에서 핵심적인 역할로 급부상했다. 왜 ‘가개맨’들은 날로 급증하는가?


#개그맨보다 더 웃겨라!

‘가개맨’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가수들이 바로 그룹 컨츄리 꼬꼬다. 이제 가수 컨츄리 꼬꼬는 사라졌지만 탁재훈과 신정환은 각자 오락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힐 정도다. 그만큼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가수’가 된 셈이다.

현재 두 사람은 KBS 2TV 와 KBS 2TV 의 ‘불후의 명작’에서 함께 메인 MC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에서 개그맨 이휘재 정형돈 유세윤에 비해 입담이나 유머감각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오히려 이들을 능가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오히려 ‘개그맨보다 낫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의 박정미 CP는 “탁재훈은 분위기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며 그날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재주가 있다. 신정환도 개그맨 못지 않은 끼를 발산하며 온몸으로 웃음코드를 개발한다. 두 사람 모두 오락프로그램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 ‘가개맨’으로 가장 많은 활약을 펼치는 가수가 윤종신이다. 윤종신은 SBS 에서 강호동 박수홍을 잇는 보조 MC로 활약한 것을 시작으로 ‘가개맨’의 테이프를 끊었다. 윤종신은 MBC 라디오 FM4U(91.9MHz)의 에서 DJ로 활동하며 감각적인 언어 구사력을 키웠다. 윤종신은 그 영향 때문인지 개그맨보다 더 나은 순발력으로 MBC 의 ‘라디오스타’와 SBS 의 ‘옛날 TV’에서 메인 MC로 출연 중이다. 윤종신의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윤종신은 소속사에서 가수 파트가 아닌 MC 파트에 소속돼있다. 그 만큼 가수보다는 MC로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신(新) 트로이카, 우승민 은지원 김종민

MBC 의 ‘무릎팍도사’를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올려놓은 1등 공신이 있다. 가수 올라이즈밴드 우승민이다. 우승민은 ‘무릎팍도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멘트를 쏟아내며 함께 출연 중인 개그맨 강호동과 유세윤을 웃기는 코믹한 캐릭터다. 우승민은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쟁쟁한 스타들을 소위 ‘한 방에 보내버리는’ 말투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그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 SBS 에서도 활약 중이다.

아이들 그룹 젝스키스 출신의 은지원도 개그맨 뺨치는 코믹함으로 무장해 SBS 과 KBS 2TV 의 ‘준비됐나요’에 출연하고 있다. 은지원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건방진 듯한 표정으로 ‘가개맨’의 뒤를 잇고 있다. 은지원의 소속사 이야기엔터테인먼트측은 “은지원은 가수로의 활동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7,8월 중에 앨범 활동도 펼칠 계획이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민은 일찌감치 ‘가개맨’의 자리에 올라앉은 경우다. 김종민은 최근 그룹 코요테의 활동으로 주춤했던 ‘가개맨’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종민은 신정환과 비슷한 이미지로 온몸으로 웃기는 ‘가개맨’으로 유명하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인상은 ‘가만히 있어도 웃긴다’는 네티즌들의 반응만 봐도 ‘가개맨’으로의 자격이 충분하다.


#왜 ‘가개맨’은 증가하는가?

‘가개맨’의 출연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현 방송계의 ‘만능 엔터테이너화(化)’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이제 연예인은 노래 연기 개그 등 어느 한가지만 가지고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 조차 힘들다. ‘개탤맨’ 이나 ‘가개맨’처럼 여러 분야의 특성들을 잘 흡수해 방송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황을 겪고 있는 음반 시장의 영향으로 ‘가개맨’들의 출현을 가속화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음반 시장이 불황이다보니 배우들이 가수로 활동하며 앨범을 내는 경우도 뜸해졌다. 배우 안재욱 류시원 등이 최근 앨범을 내지 않는 이유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수들도 정작 음반을 발매하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KBS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수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가개맨’이 늘어나는 현실적인 이유라고 생각된다. 가수들은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발성 등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한 드라마 출연보다 자신의 입담과 재치만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가개맨’들이 오락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3사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는 ‘가개맨’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눈에 띠게 현저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부상하는 ‘가개맨’들의 활약으로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가수들이 앨범을 내지 않고 개그맨들의 자리까지 넘보게 되는 요즘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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