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신부'서 라이따이한 역 "베트남어 어려워 포기할 뻔… 강한 모성애에 반해 출연"

"베트남어를 공부하는 제 모습을 보고 엄마가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 좀 해보지 그랬냐고 하셨어요(웃음)."

귀여운 마스크, 철부지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탤런트 이영아(23)가 12일 오후 목동 SBS에서 푸른색 아오자이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허리에 닿을 듯한 검은 머리가 순수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다.

'연개소문' 후속으로 23일부터 방송될 SBS 50부작 드라마 '황금신부'(극본 박현주, 연출 운군일ㆍ백수찬)에서 타이틀롤인 라이따이한 누에 진주 역을 맡은 이영아는 이날 열린 '황금신부'의 제작발표회에서 실제 라이따이한 같은 모습으로 수줍게 미소지었다.

'황금신부'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친아버지를 찾으러 한국으로 시집온 라이따이한의 이야기. 그러나 그 결혼은 행복한 선택이 아니라 1천500만 원에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철 없는 역만 하다가 이런 역을 처음으로 맡아 심적으로 많이 '다운'돼 있는 게 사실이에요. 웃는 연기가 잘 안될 정도예요."

베트남의 개방과 함께 누에 진주처럼 '신' 라이따이한들이 계속 생겨난다고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에게 라이따이한의 아픔은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일 터.

"사실 누에 진주의 상황은 제가 처해본 처지가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드라마를 앞두고 책을 통해 공부도 해보고 많이 물어도 봤어요. 다행히 베트남 어머니 역을 맡은 베트남 배우 분이 베테랑 연기자라 현지 촬영에서 감정 몰입이 쉬웠어요. 늘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저 역시 슬픈 감정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촬영에 몰입하기 위해 이영아는 자신만의 '독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 하루에 서너 차례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도 아버지와는 한번도 통화를 하지 않았던 것.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극중 한국어 통역사를 맡은 그는 드라마를 앞두고 베트남어 공부와 함께 한국어를 외국인처럼 어색하게 말하는 법을 동시에 익혀야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날 공개된 드라마의 예고편에서 이영아는 실제 라이따이한이라 느껴질 정도로 한국어를 '어색'하게 구사했다.

"한국어를 하는 베트남인 선생님한테 베트남어를 배웠어요. 한국어를 어색하게 말하는 방법은 그 선생님이 한국어를 말하는 것을 녹음해 반복해서 듣는 것이었습니다."

"베트남어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다"는 그는 "도중에 공부하면서 너무 어려워 드라마를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했는데 막상 베트남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오히려 한국어 대사를 해야 한다는 게 섭섭하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한국으로 시집 온 누에 진주는 공황장애에 걸린 남편과 시어머니의 구박 등 역경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간다. 친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과 함께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

MBC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KBS '황금사과'에서 철없는 신세대의 전형을 보여줬던 그는 이런 변신에 대해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모녀, 부자 등 가족 간의 끈끈한 관계를 그린 것"이라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모성애가 강한 누에 진주의 캐릭터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금신부'에는 이영아 외에 송창의, 송종호, 최여진, 김미숙, 강신일, 박미선, 홍은희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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