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EBS '시대의 초상' 김부선 편 방송

'에로 배우', '미혼모', '마약쟁이'.

주홍글씨처럼 배우 김부선(44)을 쫓아 다니는 지긋지긋한 수식어들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오해와 편견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김부선이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인 EBS '시대의 초상'을 통해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 "난 에로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이 스포츠, 스크린, 섹스 등 3S 정책을 펼칠 당시 김부선은 염해리라는 예명으로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 3'에 출연하게 됐다. 169cm의 훤칠한 키에 서구적인 스타일로 당시 급부상한 패션 모델계의 샛별이었던 그는 베드신은커녕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흐느껴 우는 간단한 연기 조차 힘들 정도로 생짜 신인이었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강우석 감독은 그의 신통치 않은 연기 실력 때문에 숱한 고생을 했고 결국 정인엽 감독의 제안에 차탈리 부인 시리즈 테이프를 보고 그대로 따라 했던 '애마부인3'는 그에게 평생 따라다닐 '에로 배우'라는 낙인을 남기고 만다.

김부선은 "'애마부인3'의 상대역이었던 이정길 선배나 수많은 에로티시즘 영화에 나왔던 당대 여배우들은 모두 그냥 '배우'로 불린다. 왜 유독 내게만 '에로 배우'라는 꼬리표를 붙이나"라며 답답해 했다.

▲ "청와대 초청 거절했더니 대마초 수사 들어와"

1989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됐던 김부선은 당시 표적 수사의 피해자였음을 주장한다.

"86년도인가 85년도에 어떤 감독님이 청와대에 초대 받았는데 갈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전두환 대통령이 파티를 하는데 갈 수 있냐고. 안 간다고 했죠. 왜 안 간다고 했는지 몰라. 그게 나에요.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싫어요'라고 그랬죠. 근데 그 이후에 내가 히로뽕이나 대마초에 구속 된 걸 보면 '한 사람의 보복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어요. 왜냐면 내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거나 적발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밀고해서 잡혀갔기 때문에 무관하지 않죠. 상상할 수 있는 충분한 일이에요. '감히 청와대에 오라는데 안 와? 이놈의 새끼, 넌 나중에 혼낼 거야, 하고 뒤에서….'"

▲ "'마약쟁이' 아니라 '대마초 비범죄화'를 바랄 뿐"

대마초 혐의로 구속된 경험이 있는 일부 동료 연예인들은 대마초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려 급급하지만 1976년 대한민국에 대마관리법이 제정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마 비범죄화 투쟁'에 나선 이가 바로 김부선이다. 그는 2004년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심지어 소송비도 자비로 부담하고 항소이유서까지 직접 썼다.

김부선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단순 흡연자와 소지자까지 구속, 실형을 선고하는 대신 중국이나 캐나다처럼 벌금형 정도로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비범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부선은 이밖에도 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절망 속에서도 배우를 향한 열정 하나로 견뎌온 지난 세월과 어머니가 제주 4.3항쟁 속에서 첫 남편과 아들을 잃은 사연, 1989년 구속 당시 담당 검사로부터 수치스러운 조롱을 당한 사연 등을 밝힌다.

제작진은 "15일 방송되는 '시대의 초상'을 통해 김부선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공개된다. 5공 정권부터 지금까지 목격한 사법부와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거짓과 위선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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