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를 연기하는데 손에 물집은 기본이죠."

신예 안형일(24)이 KBS-2TV 드라마시티 '올디스 벗 구디스'(극본 김진희, 연출 유현기)를 통해 브라운관에 본격 데뷔했다.

음악 드라마인 '올디스 벗 구디스'는 노년의 기타리스트와 네 명의 청년 밴드가 만나며 벌어지는 기쁨과 아픔을 다룬 이야기. 유명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그룹 벨벳글로브의 멤버 조성민, 박성진, 탤런트 이지훈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안형일은 그룹 이퀄라이저 그룹의 막내이자 드러머인 민호 역을 맡아 실제 드러머 같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재즈 밴드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느라 한창 재즈 드럼을 연습하던 중에 드라마 캐스팅이 됐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4곡의 드럼 연주를 다 직접 소화했습니다. 한밤 중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연습실로 달려갈 정도로 열심히 드럼 연습을 했어요. 하루 12시간 이상씩 며칠 동안 드럼만 쳤더니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어요."

자랑스러운 훈장인양 손의 물집을 보여주는 안형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역 배우 출신이다. 6살 때 영화 '참견은 노 사랑은 오 예'로 데뷔해 초등학생 시절 내내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고등학교 1학년 때 귀국해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군에 다녀오느라 본격적인 복귀가 늦었다는 설명.

넬의 '굿나잇', 김동률의 '감사' 등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SBS '연개소문'에서 양만춘의 오른팔인 고구려 근위 부장으로 출연했다. '올디스 벗 구디스'에 앞선 '연개소문'이 성인 연기의 첫 시발인 셈.

"’연개소문’ 첫 촬영 대사가 '비키거라 이놈들아. 뭐하느냐. 길을 열어라' 세 줄이었어요. 비록 세 줄밖에 안됐지만 이주일 이상을 연습했어요. 대사가 있는 것 만으로도 영광이었죠."

성인 연기자로 탈바꿈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촬영에 나선 날 의상팀에게 고구려 부장 옷을 받아 들고 산중턱에 올라가 촬영을 시작하려니 자신의 의상만 분위기가 틀렸던 것. 결국 연출팀으로부터 '왜 당나라 졸병 의상을 입고 있느냐'는 핀잔을 듣고서야 허겁지겁 의상을 교체했다.

"고난의 절정은 말 타기였어요. 평소 승마를 해 본 터라 대역을 쓰기로 했던 장면에서 직접 말을 탔거든요. 전력질주를 하는 말을 멈춰야 하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멈출 지점에 멈추지 못하고 200m를 더 달렸어요. '이렇게 내가 가는구나' 싶었죠."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극 출연은 그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연개소문 역의 대선배 유동근이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보고 큰 배움을 얻었다. "10년 후쯤에는 유동근 선생님처럼 큰 역을 맡아 사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보조 출연자의 연기까지 직접 지도하시면서 현장을 끌어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죠."

한가인과 장동건, 현빈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시트콤에도 꽤 잘 어울릴 것 같다. 여성스러운 얼굴 생김새와는 달리 검도 2단에 농구, 스노보드, 승마, 윈드서핑을 즐기는 운동 광이다.

"아역 배우 활동이 잘 안 알려져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신인 연기자의 자세로 열심히 임하려고 합니다. 연기 활동에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라도 배우고 느낄 준비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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