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베스트] 국적불명 오락프로 '봇물

'어느 나라 TV를 보고 있는 걸까.'

요즘 TV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누구나 가질법한 생각이다. 외국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소개된 아이템이 주류를 이루는가 하면 외국풍 의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출연진마저도 외국인으로 구성되는 사례도 있다.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오락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아랍풍 의상 등 등장
아이템 개발은 뒷전에…
FTA개방 차별화가 살 길'

지난 14일과 15일 연이어 첫 선을 보인 SBS 오락 프로그램 과 는 출연자들의 국적불명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은 김용만 현영 등 출연자들이 중국 전통의상을 연상케 하는 의상으로 무장한 채 등장했고, 는 유재석 박명수 등이 단체로 아랍풍 의상을 선보였다. 두 프로그램은 기존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주 선보인 식상한 아이템을 국적불명의 의상을 동원해 새롭게 포장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과 MBC , KBS 2TV , SBS 등은 일본 오락 프로그램의 표절 시비에 일제히 휘말리며 몸살을 앓았다. 시청자들은 이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 등에 일본 프로그램을 차용한 정황 등을 제시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뒤늦게 "일본 후지TV와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며 표절이 아닌 포맷 계약에 의한 활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발하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표절 의혹 등 국적불명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창작을 게을리하는 제작진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의 인기 프로그램의 포맷을 활용해 손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안일한 경향이 국적불명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뿐만 아니라 케이블 채널의 오락 프로그램 중엔 등 국내에 소개된 해외 인기 프로그램의 포맷을 아이템으로 활용한 프로그램이 수두룩하다.

일본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아이템 활용대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이템으로만 보면 순수 한국형 오락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순영 SBS 예능국장은 "비록 외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적법하게 활용하긴 하지만 여기에 국내 여건에 맞춘 새로운 기획을 추가해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표절이나 도용 등으로 매도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국적불명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는 FTA 타결로 인해 방송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찾아올 때 이에 맞설 국내 프로그램이 차별화된 역량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면 고스란히 안방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을 인식해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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