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로 1집 발표… "'네가 되겠어?'라던 사람들 보란듯 성공하겠다"

채은정(25)에게 그룹 클레오는 사춘기의 열정을 쏟은 무대이자 꿈이었다. 고등학생이던 1999년 시작해 2004년까지 그룹에서 활동한 그는 팀을 떠나고서 만난 녹록치 않은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 그룹의 해체가 한창이던 당시 4집을 끝으로 팀을 탈퇴한 채은정은 "그룹의 한계와 마주치니 더는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라고 했다.

계획은 없었다. 혼자 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팀을 나왔지만 막연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울타리가 없어지니 자신을 향한 세상의 빛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당시를 두고 채은정은 "비빌 언덕이 있던 것도 아닌데 자만감에 찼던 것 같다"라고 했다.

당황함 거두고 음반을 준비해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소속사를 만나 음반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중단되기를 여러 차례. 오기로 사비를 털어 음반 작업을 이었던 채은정은 녹음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때를 기다렸다.

"청춘을 바친 클레오가 남들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많이 속상했다. 여성그룹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3년 동안 편하게 여행 한 번 못 갔다. 뚜렷하게 결정된 것도 없었는데 온종일 연습실에서만 지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 못하겠다 싶어 친구들과 쇼핑몰을 운영할까도 생각했다. 사무실을 임대하고 사업을 준비하던 때, 지금의 제작자의 제안을 받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단순한 솔로 음반이 아니라 내 20대의 한 획을 긋는 음반이다(웃음). 음반 작업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클레오에서 나오면 어느 회사든지 함께 하자고 얘기할 줄 알았는데 자만했다. 그때는 마냥 어리고 철없었다."

"음반 들으면서 혼자 운 적도 많다"

채은정은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본명 대신 '엔젤(ENJEL)'이란 예명을 내세웠다. 음반에는 채은정이 심사숙고하며 가다듬은 13곡이 담겼다. 타이틀곡 '팝(POP)'은 파워풀한 매력이 살아있다.

"음반을 들으면서 혼자 운 적도 많다. 곡은 완성했는데 제작자가 나타나지 않아, 내가 헛소생했구나 물거품이구나 생각했던 때도 있다. 지금은 오래 참았던 만큼 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채은정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 "'네가 되겠어?'라는 묻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꼭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버텼다"라고 했다.

첫 방송 무대에 오르던 때, 채은정은 자신에게 나쁜 말을 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했다. 보란듯이 자신 있게 무사히 마쳤다.

"여자 연예인은 의지할 곳이 없다. 어릴 때 활동을 시작하니 학교 동창도 없고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속을 터놓고 솔직하기 어렵다. 항상 조심해야 하고 자기 관리도 필요했다. 빛을 받는 만큼 감수해야할 일이지만 속은 곪아 터질 때가 있다."

그래도 가수 간미연과 서인영은 채은정 곁에서 든든한 힘이 돼 줬다. 특히 서인영과는 같은 시기 활동하며 우정을 쌓는 중이다.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모두 최고가 될 수 없지만 각자의 색깔에 맞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큰 욕심 없이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이면 된다."

채은정은 본명 대신 '천사'란 예명을 내세운 이유로 "타락천사 혹은 천사를 거부하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클레오 활동하면서 나를 속인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솔직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겠다"라는 의지에서다.

"무대에서는 만족하지 않을 작정이다. 또 힘겨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2, 3집까지 꾸준히 발표하며 음악으로 사랑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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