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선데이' 수연 역 열연

3월 극장가에 주목할 만한 신인 여배우가 온다. 영화 '뷰티풀 선데이'(감독 진광교, 제작 시네라인(주)인네트)의 주연을 맡은 민지혜(22)가 바로 그다.

진광교 감독이 누차 얘기했듯 영화는 '죄와 용서'라는 묵직한 주제를 지녔고 민지혜에게 주어진 수연 역 역시 첫 주연을 맡은 신예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었을 만큼 감정의 극한을 표현해내야 하는 캐릭터다.

지금의 내 남편이 사실은 수년 전 나를 성폭행했던 바로 그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비운의 여인 수연. 관록 있는 배우라도 선뜻 맡기 어려웠을 수연 역을 맡아 '지옥의 한 철'을 무사히 보내고 온 민지혜를 만났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열이 올라 목까지 빨개질 정도로 낯을 가린다는 민지혜. 이 배우가 극한의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연기해낸 힘은 무엇이었을까?

"수연이로 살기 위해 수연의 가리워진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고 시나리오를 100번도 넘게 읽었어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수연의 일생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성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하고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직장도 다니고 생계도 유지하며 사는 것 같아요. 수연이는 강인한 인물이라 죽을 만큼 힘들지만 슬픔에 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절망적인 심정을 가슴에 안고 묵묵히 살아갔겠죠."

수연이 극중 민우(남궁민)과의 신혼 생활로 기쁨에 들떠 생활하다가 민우의 범죄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나락으로 떨어지듯이 민지혜도 첫 출연 결정부터 촬영 기간까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갔다.

"듣기로는 오디션 경쟁률이 300대 1 이었어요. 세 번째 오디션 날 감독님과 만났는데 마침 그 날이 감독님 생신이었어요. 제작진 분들이 케이크를 들고 오시는데 감독님이 '지혜로 하죠'라 하셨어요.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지더라고요. 너무 기억에 남아 다이어리에도 빨간 색으로 표시해 뒀어요"

아무리 연기라지만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촬영장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적 많다. 도망가는 상상을 몇 번이나 한 지 모른다. 마침 부산에서 촬영을 했는데 바다도 코 앞 이었고요"라며 웃음짓는다.

그럴 때일수록 남궁민, 박용우, 이기영 등 선배 연기자들과 감독의 믿음이 힘을 줬다고 했다. "박용우 선배나 남궁민 선배 두 분 다 촬영 내내 캐릭터에 빠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어요. 식사 시간에도 휴식 시간에도 촬영 장면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뿐 아니라 영화 전체에 대한 애정, 욕심, 열정을 보이셔서 놀랐죠."

유달리 큰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내릴 것 같다. 계속 슬픈 역할만 들어오는 것 아니냐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KBS-2TV 드라마 '북경 내 사랑' 때는 에어로빅 강사 역할을, 드라마시티 '계룡산 부용이'에서는 무술 고수 역할도 소화했다. 영화 '구미호 가족'에서는 일명 '편의점녀' 역을 맡아 박준규와 호흡도 맞췄다.

"매번 뭔가를 배우며 작업했어요. 에어로빅도 몇 달 배웠고 드라마시티 때는 액션스쿨에서 피나는 훈련도 했죠. 그 때 워낙 열심히 배워서 액션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가 맡았던 그런 역은 꼭 해보고 싶어요."

자신의 나이에 걸맞는 20대 초반의 발랄한 모습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민지혜는 올 상반기 중으로 차기작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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