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 비중보단 독특한 캐릭터 더 중요 "깔끔한 작품이었다…다음엔 멋진 주연"
최여진은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대 중반의 연기자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인기를 얻어 위상을 높이고 난 뒤엔 주인공 배역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여진은 작품 선택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르다. 배역 비중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 듯 보일 정도다. 이전 출연작에 비해 오히려 드라마에서 비중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최여진의 연기 행보는 지난 15일 종영된 SBS 수목 미니시리즈 (극본 이정선ㆍ연출 김형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극중 최여진의 배역인 조아라는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에 가까운 캐릭터다. 이전에 KBS 2TV 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한 점을 감안하면 후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
“김형식 PD에게 속았어요.(웃음) 사실 출연 섭외를 받을 때엔 비중이 제법 크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합류하고 보니 영락없는 조연이더군요. 하지만 위만 바라보며 살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위쪽에 위치한 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조아라 자체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에서 최여진이 연기한 조아라는 당초 기획된 설정과 달리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가장 많이 변한 배역이다.
기획상으로 조아라는 안중근(이범수)을 놓고 봉달희(이요원)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이었지만 실제 드라마에서는 달라졌다.
대신 마약 중독자 오빠라는 불우한 가족사를 지닌 설정이 추가됐다. 동료 레지던트 박재범과 코믹한 사랑이 더해져 작품의 감초 역할을 하도록 했다.
“처음 염두에 두던 캐릭터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연기하게 됐어요. 봉달희를 괴롭히는 얄미운 캐릭터라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 됐죠. 작가님이 직접 제게 전화를 하셔서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시기까지 하셨어요. 비중 자체가 눈에 띄게 커진 건 아니었지만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게 된 점에서 신명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최여진은 를 마친 소감을 ‘깔끔하다’라는 단어로 집약했다. ‘깔끔하다’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범수 이요원 김민준 김인권 등 훌륭한 동료 연기자들과 처음 만나 좋은 인연을 맺었다.
군더더기 없이 해피 엔딩을 막을 내리면서 유쾌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비중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의 태도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캐릭터의 설정이나 드라마의 마무리나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어요. 의 경우엔 슬픈 엔딩 때문에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캐릭터에서 헤어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이젠 미래를 준비할 때죠. 지난 2004년 KBS 2TV 출연 이후 쉬지 않고 일했는데 잠시 쉬고 있어요. 조만간 최여진의 연기 인생 제2막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