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팀 평양 방문… "고구려유적 미리 보고 연기했다면 좋았을 걸"

MBC 드라마 '주몽'에서 소서노 역을 맡아 당차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던 한혜진이 "소서노를 한번 더 연기해보고 싶다"며 배역에 애착을 보였다.

'주몽'팀 동료와 함께 평양을 방문 중인 한혜진은 20일 "소서노에 애정을 많이 느껴서 한번 더 해보고 싶다"며 "기회가 또 있다면 소서노의 사랑과 어머니로서의 모습이 좀 더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동명왕릉과 고구려 고분,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모란봉 유적 등을 돌아본 한혜진은 송일국, 전광렬 등 '주몽'팀과 함께 21일 중국 선양을 거쳐 귀국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사극이었다. 소서노라는 인물 연기가 어떤 것을 남겼나.

▲'굳세어라 금순아'를 할 때는 제가 들어가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모르다가 이번에는 그런 중압감에서 약간 비껴나 한 장면 한 장면을 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소서노는 역사 속의 위대한 여걸이고 국모여서 지금껏 어떤 인물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한 존경심을 갖고 연기했다. 마지막회에 소서노가 주몽을 떠나는 마음과 제 자신이 드라마 '주몽'을 떠나는 마음이 똑같았다.

--현대극과 비슷한 말투를 썼지만 사극이라서 대사 처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힘들었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듣는 사람이 불편하면 안되는데 말투에 감이 안왔다. '사극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좌절감을 느껴 주눅도 많이 들었다. 대소 역의 김승수 씨가 "어차피 이것도 말이니까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줬던 것이 마음에 와닿았고 나중에는 조금씩 감이 왔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주몽이 실종됐던 즈음에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면서 연기해 소서노의 아픔이 화면에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힘들게 찍고 나서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 추스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몽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만감이 교차해 주몽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지나간 시간이 모두 생각났다.

--극중 소서노의 캐릭터에 아쉬움은 없나. 소서노가 남하한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도 있을 텐데.

▲작가님이 소서노와 제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기사를 봤는데 좀 더 소서노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여건상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껏 그리지 못한 한이 남으신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처음 소서노를 연기한 것에 의의를 두고 있고, 어느 누가 이런 멋진 역을 맡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싶어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다. 금순이가 왕비가 된다니까 미심쩍어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주몽'하면서 예쁘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웃음).

--금순이나 소서노처럼 최근에는 당찬 역을 해왔다. 사극을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지.

▲소서노를 한번 더 해보고 싶다(웃음).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소서노의 사랑과 어머니로서의 모습이 부각됐으면 좋겠다. 몇 년 뒤에 소서노를 다루는 사극이 나오면 저도 나이가 들고 성숙해졌을 것이다. 사극은 처음에 대사 처리가 안돼서 '내가 해서는 안되겠구나' 생각했지만 의상과 분장을 갖추고 세트에 들어가면 감정 이입이 더 잘되는 묘미가 있어서 또 해보고 싶다.

--고구려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평양을 방문해본 소감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돌아보면서 당시의 시대정신과 생활상을 볼 수 있었고 오늘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보고 연기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고 고구려 시대에 1년간 빠져 살아서 그런지 고구려 유적들이 아련하고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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