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몽' 예소야 역의 송지효

지난해 9월 한창 인기 상승세를 달리던 MBC '주몽'에 주몽 송일국의 부인 예소야 역에 '궁'의 송지효가 캐스팅됐을 때 드라마 시청 네티즌들의 들불같은 댓글이 들끓었다.

'미스 캐스팅'이라는 얘기부터 '어딜 봐서 주몽과 호흡할 수 있느냐' '연기가 아직 멀었다'는 등의 냉소적 비난이 비등했다.

이러다 극에 투입되기도 전에 송지효 캐스팅이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까지 드는 가운데 7개월이 지난 3월 초 종방을 할 때는 이런 송지효에 대한 반응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오히려 고생한 예소야에 대한 동정반응이 더하면 더했다.

한 회에 한 번은 꼭 울부짖어야 하고 늘 유리를 안고 도망다니는 유랑민 신세의 장면을 찍다보니 거의 기진맥진 해졌다는 송지효, 그가 7개월의 현장 집중으로 그러한 미스캐스팅 논란을 잠재우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82회 대본이 금세라도 나올 것 같고, 매니저가 빨리 현장가자고 전화올 것 같은 환청이 들린다는 송지효를 만났다.

사극 또 하고 싶어요

"처음 전 '주몽'이 무슨 드라마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어머니랑 동생이 '주몽'의 왕팬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에 참여하길 하니까 갑자기 부모님이랑 동생이 뛸듯이 기뻐하면서 절 다시 보더라구요. 동생이 '주몽'의 가계도까지 다 직접 그려가면 알려주는 거에요. 호호호. "

송지효는 소속사의 도지원 선배로부터 사극 연기 지도도 받았다. '뭬야~'로 유명한 도지원의 사극 연기 사사는 송지효에게 일단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고.

"처음에 '주몽'에 제가 캐스팅된 소식이 전해지자 '주몽'팬들의 안티 반응이 대단했어요. 겁이 나기도 했죠.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 이목이 엄청난 것을 보고 이 드라마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제 목표는 '주몽에 보탬은 안되더라도 누를 끼치지는 말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제 끝나고 보니 그렇게 반대하던 시청자분들도 '고생했다'고 하시는 것 보면 그래도 누를 끼치지는 않았나봐요."

그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겨울나기. 사극의 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나주 벌판의 칼바람이 옷의 트임새 마다로 스며드는것에 대사조차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다고.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옷속에 트레이닝 복, 속옷, 스타킹 등 다섯겹을 더 껴입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오히려 아무리 추운 야전에서 유랑해도 추운줄을 몰랐단다. 사극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겨울 나기에서 그만의 비법을 이제야 공개했다.

주7일 촬영에 임했던 그렇게 힘들었던 사극에서 얻은 보람은 뭘까? "사극을 하면서 집중력을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다른 연기자들과 함께 녹아들어서 가는 방법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 제 씬이 없어도 사극 분장을 새벽부터 하고 하루종일 기다리면서 인내심도 배웠고 기다림의 고통도 함께 맛봤죠."

송지효는 워낙 '주몽'과의 슬픈 장면 이별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우는 씬이 빠지지 않았다. 촬영에만 들어가면 우울하고 슬픔을 감내하는 표정연기를 하느라 아예 우울증에 걸릴뻔 하기도 했다.

송일국 선배나 다른 고참 연기자들이 한 고생에 비하면 비할 바도 아니란 걸 현장에서 느낀 송지효는 다음에도 사극제의가 오면 할거냐는 질문에 "당연히 또 하고 싶다"며 "대신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생긋 웃었다.

연기하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 미혼모 연기 도전해보고 싶어

공교롭게도 그는 '여고괴담3'나 '썸' '궁' 등의 작품에서 잿빛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활발한 모습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울하고 어두운 역할이었다.

"원래는 전 잘 까불고 덤벙대고 산만한 성격인데 이상하게 캐릭터는 그런 쪽으로 흘러갔네요. 앞으로는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가 절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한편으로 액션 여배우나 꿋꿋한 미혼모 같은 캐릭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구체적 욕심도 내비쳤다.

이번에 '예소야' 연기를 하면서 그는 더 이상 막차 전문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연기하기를 희망했다."제 연기에 더욱 신뢰감과 진실됨을 담도록 노력할께요. 결국 제 진심은 브라운관을 통해서나 스크린을 통해서 다 알아보실 거잖아요. 하면 할 수록 연기에 욕심과 궁금증이 더해 가요."

송지효는 인터뷰 내내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나주 들판에 내리던 눈속 촬영 기억이 떠올랐는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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