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년전 프리선언… '어린이 교육전문가' 변신
"온실의 화초였다가 나와서 많은 경험쌓아"

"공중파 아나운서로서 쌓았던 신뢰와 경험, 시청자들의 사랑을 나와서 방송하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죠."

김성경 전 SBS 아나운서가 프리랜서가 된지 5년여만에 아동 교육 전문가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93년 SBS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줄곧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다 지난 2002년 3월 9년여만에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방송인으로서 활동해왔다.

방송사의 '안전한' 보호막 속에서 활동해오다 거친 야전으로 나온 김성경 전 아나운서는 이후 CF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케이블 채널 ETN, 경제 채널 MBN 등에서 MC로 방송활동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상상앤 아이'라는 키즈 에듀테인먼트 그룹 '기획이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대주주인 시공테크의 후원속에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김성경 이사는 지난해 가을 3개월여간 SBS에 '비바 프리즈'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공급해 방영하기도 했다.

공중파 아나운서로서 출발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도전하는 김성경 전 아나운서를 만났다.

열살 내 아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 만들 것

동요의 순수함에 성인가요의 대중성을 결합시켜 만든 노래를 부르는 남녀 혼성 5인조 그룹 '프리즈'는 김 이사가 몸담고 있는 상상앤아이가 발굴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대중가요를 전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호주의 에듀테인먼트 4인조 그룹 '위글스(The Wiggles)'가 모델이 됐다. 위글스는 TV 뮤지컬과 교육용 CD 등을 통해 현재 호주뿐 아니라 미국.영국에서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으로 한 때 호주 출신 연예인 소득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니콜 키드먼과 멜깁슨을 제치고 말이다.

"철저하게 벤치 마킹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건강하고 밝은 대중가요를 흥겹게 따라 부르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열살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한 김 이사는 "가정적인 엄마가 되지 못한다면 그래도 열심히 활동해서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라도 되고 싶다"면서 쑥쓰럽게 웃는다.

그는 공중파 아나운서의 나름대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거친 들판으로 나선 경우다. "뉴스를 진행할 때는 정확하게 팩트 위주로 전달하면 됐는데 사업영역에 들어와 보니 내 스스로를 사업적인 영역과 많이 타협해야 되는 일이 종종 생길때마다 당혹스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내가 이제껏 해왔던 것들과는 또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힘들어도 뭔가 성취욕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우월적 위치였던 감상에 젖어있다가는 힘들 것

최근 김성주 MBC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이나 지난해 강수정 KBS 아나운서의 프리선언 등과 관련해 같은 과정을 경험한 선배로서의 소회를 물었다.

그 역시도 프리랜서가 된 이후 한 매니지먼트 회사에 몸을 담고 일한 적도 있었다. 그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성과 뜻대로 일을 함께 할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신입시절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더 나가는 것이 좋았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방송 경력이 쌓이면서 제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 프로그램 제작자의 선택을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 스스로를 잃어갔었다고 할까요?"

김 이사는 "뭔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제 영역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에 목말랐다"면서 "그냥 방송사 내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세상과 부딪혀 보자는 욕심이 강했다"고 했다.

가령 그는 2001년 아나운서국에서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함께 자선 패션쇼를 기획해 진행까지 도맡았던 경험이 있다. 방송국 내에서도 선택받는 입장에 있다가 주체적으로 행사를 만들고 기획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서 자신감도 얻었다.

그는 최근 스타아나운서의 프리선언에 대해 "그들도 개인적으로는 방송사에 비해 약자다. 하지만 프리선언을 하는 이들은 선택받는 입장에 있는 것보다는 주체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가고 싶은 의지가 강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평했다.

김 이사는 "아나운서의 경쟁력은 바로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높은 신뢰감과 권위인데 그것을 프리선언한 이후 완전히 배신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나운서로서 경험한 많은 방송 노하우를 나와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예로 들었다. "많은 아나운서들이 오프라 윈프리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현재 차려놓은 밥상에 숫가락만 대고 먹어야하는 국내 아나운서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을 맡기란 요원한 일"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자유와 안정중에 자유를 택한 입장에서 그가 누리는 자유에 따른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