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기코너 '패션 7080' 끝내…"'빨간 내복' 평생 있을 수 없는 추억"

"그거 '압구정 스타일' 아니야. 여기가 어디니, 압구정동 아니니"

'압구정 스타일'로 대변되는 강남의 소비문화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고 전국을 '빨간 내복' 열풍으로 물들게 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의 '패션 7080'이 4일 막을 내렸다. 빠르게 변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에 따라 개그 코너의 방송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요즘, '패션 7080'은 드물게 9개월이나 방송전파를 타며 장수했다.

오랜 방송에 식상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아직도 '패션 7080'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팬이 많다. '패션 7080'의 '오춘' 오지헌(28) 역시 "아직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소재가 무궁무진한데 막을 내리게 돼 아쉽다"는 소감을 전한다.

"미국서 빨간 내복 촬영…아무도 이상하게 안봐"

"요즘 같은 시기에 9개월을 방송하기란 쉽지 않죠. '패션 7080'은 방송이 진행되면서 코너의 발전이 거듭됐어요. '빨간 내복'도 그 작업 중 하나였고요. 오래 방송 하기도 했고 봄을 맞아 내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제작진의 판단에 막을 내리게 됐어요. 방송은 끝났지만 저에겐 너무나 많은 추억이 있는 코너라서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오지헌에게는 '패션 7080'을 통해 얻게 된 추억도 많다. 그 가운데 '빨간 내복' 사진을 찍기 위해 홀로 미국에 건너간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3번째 '빨간내복' 사진 촬영차 미국에 갔어요. LA의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한국과 달리 제 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보다 특이한 사람이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내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이렇듯 코너 속 코너인 '빨간 내복'을 준비하기 위해 그는 상당시간을 더 투자해야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총 1000여 장. 방송에서 공개하지 못한 사진들로는 조만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무대 의상 가운데 저팔계 복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

무대에서 입은 의상 가운데에는 '저팔계' 복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별로 분장한게 없이 그냥 선글라스만 썼을 뿐인데 다들 저팔계와 똑같다고 하더라"며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또 얼마 전 선보인 미국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도 호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복서 마이크 타이슨으로 변신했을 때 검은 분장을 지우러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견뎌야만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오지헌의 소속사인 '갈갈이 패밀리'의 한 관계자는 "오지헌과 박휘순이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들로 패션쇼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두 엄승백 등과 함께 미제이 활동…"개그맨 된 것도 하나님의 뜻"

2003년 KBS 공채 18기로 개그맨이 된 오지헌은 데뷔 후 지금까지 '4인 4색' '동작 그만' '꽃보다 아름다워' '장난하냐' '아리아리' '사랑의 가족' 'BOA' '인터뷰' 등 코너에 쉼 없이 등장했다. 그는 "2003년 11월에 한 주를 쉰 게 데뷔 후 휴식의 전부"라며 "끈기가 부족한 성격인데 개그는 쉬지 않고 하는 걸 보면 천생 개그맨인가보다"며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지헌은 여느 개그맨과 달리 단 한 번에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한 '하늘이 내린 개그맨'이다. 다른 개그맨처럼 대학로 등에서 개그 무대에 오른 경험도 없다. 군에서 휴가를 나오려고 열심히 개그 단막극을 짠 것과 개그맨 김주철과 함께 군 생활을 한 것이 개그와의 인연이라면 인연일 정도.

오지헌은 2002년 말 제대 후 수퍼보이스탤런트 선발대회 나가 대상을 차지한 후 이듬해 3월 복학을 미루고 이 대회에서 만난 변기수와 KBS 위성방송의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 출연, 개그를 연마했다. 이후 2003년 4월 KBS 개그맨 시험을 치러 단번에 붙었다.

그는 알려진 대로 독실한 크리스천. 가수 자두와 엄승백의 열애로 잘 알려진 크리스천 연예인 모임인 '미제이(Mej)'의 멤버다. 오지헌은 자신이 개그맨으로 지금까지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게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그는 "어머니가 기도를 드리다 나에게 '개그맨이 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이에 따랐고, KBS 공채 시험을 위한 개그도 예배를 드리다 생각이 났다"며 "내 길은 모두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 같다"고 말한다. 오지헌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통 개그맨들의 목돈 벌이 수단인 야간업소 출연도 하지 않는다.

"평생 여자친구 없어…생기면 빨리 장가가고 싶어"

같은 모임 멤버인 자두와 엄승백이 열애를 하고, 후배 개그맨 홍인규까지 장가를 가는 마당에 오지헌에게는 좋은 소식이 없느냐고 물었다.

오지헌은 이에 "29년 평생 여자친구가 없었다"며 "여자친구가 있으면 빨리 장가를 가고 싶다"고 한다. 이상형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차분하고 온화하며 사소한 것을 잘 챙기는 성격이면 OK다.

그러나 오지헌에게 여자친구보다 급한 것은 '패션 7080' 이후 새롭게 선보인 코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오지헌은 "김시덕 박준형 박성호 임혁필 등과 함께 선보이고 있는 코너 '진짜 사나이'를 통해 새로운 웃음을 전하겠다"며 '패션 7080'에 이은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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