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다빈 사건 이후 위기감에 연기자들 사이에 동료의식 생겨나

연예계에 씁쓸한 덕담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설을 앞두고 연예인을 비롯한 연예계 종사자들 사이에 자조섞인 덕담은 바로 '살아있어 고마워'다.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잇달아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이같은 덕담으로 서로를 위로 하고 있는 것.

지난 10일 오전 정다빈의 자살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한때 실신하기도 했던 최진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면서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살아있어 고마워'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참담한 심경을 가눌 길이 없었다"며 흐느꼈다.

故 정다빈과 최진실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의 아역으로 故 정다빈이 출연했다. 이 때문에 故 정다빈에게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이 '리틀 최진실'이다.

이처럼 남다른 인연을 지닌 정다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실신했던 최진실은 지난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MBC 일일연속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촬영을 펑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 역시 촬영 펑크에 대한 이유를 설명듣고 다른 출연진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하루 쉰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감에 연기자들 사이에 따뜻한 동료의식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최진실은 "나뿐만 아니라 '살아있어 고마워'라는 말을 듣는 연예인들은 무척 많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진실은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던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 안부를 묻는 경우가 무척 많아졌다"면서 "촬영장에서도 스태프와 연기자들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이 부쩍 많아졌다"며 바뀐 연예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연예계는 그동안 '끼리끼리' 의식이 강했다. 나이나 인기레벨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들어 평소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나 직접 만나 안부를 묻는 일이 잦아졌다.

촬영장에서도 중견 연기자를 중심으로 소외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원로 연기자와 신인연기자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위기감에 자연발생적으로 그다지 두텁지 못했던 동료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진실은 "며칠 전 개그우먼 이영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펑펑 울었어요. 영자가 '어릴 적에는 스타가 되고 성공을 하면 그게 바로 인생의 성공인줄 알았는데 이젠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위기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꾸리고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그게 바로 인생의 성공이다'라고 하더군요. 저도 공감해요. 저다마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건 정말 해결책이 아니에요. 당장의 성공을 향해 내달리기보다는 인생을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15일 MBC '백분토론'은 '연예인 자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영화 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씨와 DY엔터테인먼트의 김일중 이사, 엔터테인먼트 전문업체 (주)뮤직팜 엔터테인먼트의 강태규 이사, 중견 연기자 최불암, 개그맨 심현섭 그리고 한 때 마약 복용문제로 후유증을 겪었으나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가수 현진영 등이 출연해 갑작스런 연예인 연쇄 자살 문제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 대처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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