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20대에 굉장히 힘들어" 정다빈 죽음에 안타까운 심경 토로

가수 유니에 이은 탤런트 정다빈의 죽음으로 연예계가 충격의 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배우 박중훈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박중훈은 20대 시절 정상의 위치에서 대마초 파동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금도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박중훈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말을 꺼내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너무 안타깝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타들의 잇단 자살에 대해 "스타라고 남들보다 삶이 더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힘들고 고독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반인과 똑같은 질량의 슬픔과 기쁨도 스타들의 경우에는 훨씬 확대돼서 돌아온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좋은 일도 더 기쁘게 포장되지만 나쁘고 슬픈 일도 원래의 실체보다 (남들에 의해) 확대돼서 본인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최근에는 스타가 인구에 회자되는 매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회자되고 도마 위에 오르고, 남들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상황이 너무 많아졌다. 그것이 요즘 젊은 스타들에게는 큰 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세상은 스타 탄생도 쉽게 하지만 반대로 스타에게 멍에가 되기도 한다. 익명의 탈을 쓰고 무자비하게 뱉어지는 온갖 말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아야하기 때문.

그것은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스타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돌아온다.

박중훈은 "또 하나, 일반인들이 평생을 살아도 꺼내거나 접하기 힘든 감정을 꺼내야 하는 게 우리 예능인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항상 극적인 상황에 감정을 던지며 키워나가야하는데서 감정의 소모가 엄청납니다. 거기서 일종의 직업병이 올 수 있는 것이죠. 원래도 예능인들은 감성이 풍부한 예민한 사람들인데 그러한 작업을 통해 더 예민해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살해당한 아버지 시체 앞에서 울부짖는 연기를 해보세요. 그런 경험을 일반 사람들이 쉽게하는 것 아니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그런 감정을 꺼내야합니다."

인기와 명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스트레스와 함께 격한 감정 소모에 따른 후유증 역시 크다는 얘기.

"미국에서는 감정적으로 격한 영화를 찍고나면 배우들이 정신과 치료를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감정 소모가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죠. 노동에는 육체노동, 정신노동과 함께 감정노동이 있다고 합니다. 감정노동은 연예인들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해당된다고 하는데 정신병을 잘 유발한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있었어요. 아버지 상중에 잠깐 씻기 위해 사우나에 갔는데 사람들이 사인을 해달라,사진을 같이 찍자며 오더군요. 빙긋이 웃으며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연예인들이 겪게되는 감정노동의 한 예입니다."

박중훈은 "나 역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굉장히 힘들었다. 다행히 가족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20대는 기본적으로 여러가지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때"라며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절대 혼자서 앓지 말고 짐을 나눠지라는 것이다. 선후배, 친구와 터 놓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또 의학의 도움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한다. 팔이 부러지면 외과를 가듯, 마음이 힘들면 정신과를 찾아야한다. 요즘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제발 어려움이 있으면 꼭 주변과 얘기를 해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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