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이 유니를 두 번 죽였다."

21일 자살한 가수 유니(본명 허윤)의 자살 원인으로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지목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성 댓글이 유니의 자살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유니의 측근들은 한 목소리로 "유니가 악성 댓글에 상처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유니가 세상을 등진 지금도 악성 댓글은 여전히 그를 조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배우에서 가수로 변신하며 섹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유니를 향해 일부 네티즌들은 악성 댓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악성 댓글은 지난 2005년 유니가 2집을 발표하며 섹시미를 한층 강조하자 극에 달했다. 유니의 한 측근은 "당시 유니가 '쓰레기같다' '성형을 해서 인간 같지 않다'는 등의 악성 댓글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의 인격 모독성 글은 유니가 최근 3집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언론 보도 후 더욱 심해졌다. 유니의 미니홈피와 관련 기사에는 유니를 헐뜯고 할퀴는 말들이 난무했다. 유니와 함께 무용을 공부했었다고 자신을 밝은 한 동료는 "유니가 '인터넷 보는 것이 너무 싫다'고 말했었다. 유니와 한동안 연락이 끊겼을 정도다"며 흐느꼈다.

유니의 3집 앨범 활동을 함께 준비했다는 한 매니저는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말,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접한 유니가 많이 힘들어 했다. '천박하다'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은 약과였다"고 말해 악성 댓글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짐작케 했다.

유니를 향한 송곳 같은 악성 댓글들은 유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이어졌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은 유니의 미니홈피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죽은 모습 추하더라' 등 고인을 상대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말들을 내뱉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유니의 죽음을 자신의 미니홈피의 조회수를 올리는 도구로 이용했다.

악성 댓글에 격분한 네티즌들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다 못한 유니의 소속사 측은 악의적인 댓글을 단 네티즌들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유니 측 관계자는 "근거 없는 악성 댓글에 유니의 유족과 측근들이 상처 받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공론의 장이 돼야 할 인터넷이 일부 네티즌들의 배설의 창구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연예인들은 '공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쓴 죄로 발가벗겨진 채 그들이 내뿜는 배설물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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