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이민영 파경이 미친 사회적 파장
"가정폭력 만연한 세태에 경종 울렸다"… "결혼을 거래로 여기는 풍토도 문제"

처음엔 그저 뜻밖의 이른 파경이었을 뿐이었다.

이찬과 이민영 커플이 지난달 10일 행복한 미소를 가득 담은 채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갔다오자마자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는 연예계에서조차 흔치 않은 이른 결별로 관심을 모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점입가경에, 설상가상이다. 두 사람은 파경 이유를 놓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온갖 말과 행동을 쏟아내고 있다. 12월31일 이민영의 병상 인터뷰로 시작된 '폭로전'은 1월1일 새해 첫날 이찬의 응대로 불꽃 튀는 전쟁이 됐으며, 이들의 파경은 '사건'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전투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에서 가정 폭력과 함께 결혼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연예계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 연예인 불화 사건으로 부각된 가정폭력 문제

이찬이 이민영에 비해 더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폭력 때문이다. 더구나 이민영이 임신 중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찬은 아무리 눈물을 흘리며 "그게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그의 말대로 배를 차지 않았다 해도 임신한 여자를 때리는 건 상식 이하의 일"이라며 "이 사건을 가정폭력 사건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수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 문제의 핵심을 가정폭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예계 스타들의 가정폭력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경실 이전 남편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입원한 사건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으며, 김미화 역시 남편과 이혼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음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최진실과 조성민 커플의 이혼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최진실은 조성민의 구타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조성민은 "나 역시 최진실에게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사건 역시 조성민의 폭력에 비난의 화살이 몰렸으며, 이후 두 사람은 끝내 이혼했다.

원론적인 수순이지만 경찰은 폭행에 관한 고소장이 접수되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받침이다.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큰 연예계 스타들의 가정폭력 문제는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곤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원은 "상담소를 찾아오는 분 중 대다수가 가정폭력 문제 때문인 상황에서 연예인인 이들 커플로 인해 가정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결혼 전에도 폭력이 있었다면 반드시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폭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가정 내의 폭력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일상화됐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결혼에 대한 그릇된 세태의 단면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찬이지만 그의 주장은 또 다른 면에서 이민영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그는 1일 오후 언론사에 보낸 A4용지 6장에 이르는 긴 글과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폭력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연예계에 퍼져 있는 결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확인하게 된다. 이찬은 이민영의 어머니가 동료배우를 거론하며 더 나은 집과 혼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CF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된 배상과 자존심을 긁는 발언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찬에게 그나마 동정표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미모를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비난을 보내고 질책한다. 인기를 모은 연예인의 경우 화려한 생활을 하는 까닭에 이들이 꿈꾸는 결혼생활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란 막연한 예상이 맞았다고 느끼는 것.

여자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 일부에선 "이번엔 또 누구?"라는 말을 할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군과 커플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세태는 비단 연예계만의 문제가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각종 조사를 통해 결혼도 일종의 거래가 된 현실을 볼 수 있다. 젊은 부부가 애써 돈을 모아도 집 한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과 자녀 교육 등 여러 현실적 문제로 인해 더 나은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결혼 상대자를 원하는 것.

집과 혼수 문제 등이 적나라하게 중계방송된 이들 커플의 파경은 결혼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쓰린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박소현 상담원은 "결혼을 조건으로 판단할 때 서로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에 이른다면 결국 파탄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젊은 부부들의 위태로운 결혼관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또한 안타깝다"고 밝혔다.

각종 문제를 부각시킨 이들의 파경 과정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는 한 방송계 인사는 "부부의 일은 두 사람밖에 모르긴 하지만 이들의 파경 과정이 낱낱이 소개되면서 연예계에 대한 불신풍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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