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순이' 스타일 식상 새 캐릭터 추구… 세상물정 모르는 막내딸 봇물

'환상의 커플' 한예슬
‘신데렐라는 가라!’

안방극장 여주인공 캐릭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동안 드라마 여주인공을 양분했던 ‘또순이’와 ‘신데델라’ 캐릭터가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그 자리를 부잣집의 철없는 말괄량이 아가씨가 대신하고 있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특별기획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을 비롯해 KBS 1TV 일일극 ‘열아홉 순정’의 이윤지,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의 최정원, 미니시리즈 ‘눈의 여왕’의 성유리, SBS 특별 기획 ‘게임의 여왕’의 이보영 등이 새로운 여주인공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모두 명품으로 대표되는 화려함을 선호하고 안하무인하는 태도를 지녔다. 올해 중반 인터넷을 통해 유행어가 된 ‘된장녀’와 일맥상통하는 캐릭터다.

'열아홉 순정' 이윤지
철없이 화려함만을 추구하다가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모습은 신데렐라 캐릭터 못지않게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된장녀’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표현으로 묘사되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는 역할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여주인공 캐릭터를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한예슬과 이윤지다.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에서 화려한 귀부인 조안나로 출발하지만 우연한 기억을 잃은 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을 알아간다. 톡톡 쏘는 말투와 행동은 여전하지만 그 속에 조금씩 따뜻함을 담아내며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윤지는 그야말로 ‘된장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엄한 가풍의 집안에 시집을 간 뒤 철이 들어간다. 좌충우돌 호들갑을 떨면서 시집살이를 하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며느리감 1순위’로 꼽히는 부산물까지 얻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의 천덕꾸러기 최정원도 최근 들어 동정표를 대거 획득하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 최정원
‘눈의 여왕’의 성유리가 연기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처럼 새로운 여주인공 캐릭터가 한꺼번에 밀려 나오는 현상은 드라마 제작진들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신데렐라 캐릭터가 태생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출생의 비밀’, ‘백마 탄 왕자’, ‘팥쥐와 갈등’ 등의 구태의연한 소재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다.

‘환상의 커플’의 김상호 PD는 “한예슬이 연기하는 조안나는 예전 드라마에선 악역이나 감초 조연에 어울리던 캐릭터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면서 작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비슷비슷한 드라마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함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캐릭터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점에서 이내 식상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여주인공들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계속 등장하면 또 하나의 식상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눈의 여왕’의 이형민 PD는 “각기 다른 개성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인물로만 묘사된다면 이내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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