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년째 '신지혜의 영화음악' 직접 제작하는 팔방미인 DJ 신지혜 아나운서

영화음악은 영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 영화음악없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끄덕일 만한 일이다. '타짜'의 고니 조승우와 아귀 김윤식의 숨막히는 한판 도박 승부장면에 긴박감있는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할까?

'친절한 금자씨'나 '올드보이'에 메인 테마로 깔리는 음악만 들어도 영화를 볼때 느꼈던 장면장면의 인상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 영화음악은 영화에 기름칠을 해주는 최고의 윤활유다. '대부'나 '미션'에 나오는 웅장한 테마음악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영화음악, 오리지널 스코어(창작곡)의 손꼽히는 전문가 이동준 감독은 이를 '영화가 육체면 음악은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영화음악을 8년째 라디오 전파를 통해 충실하게 전해오면서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메신저가 바로 CBS 라디오의 신지혜 아나운서. 신지혜 아나운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신지혜의 영화음악'(FM 93.9 MHz, 오전11시~12시)을 8년째 기획,제작, 진행까지 1인 3역을 해오며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선장이다.

이미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신영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청취 초심자들은 신지혜 아나운서의 이름이 '신영음'인줄 아는 착각현상도 벌어지고 있단다.

청취자와 일대일로 속삭이듯 다정한 벗이 되어온 것이 8년. 기존 아나운서의 역할 틀거리를 벗어나 자신의 영화보기 취미를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아온 신지혜 아나운서는 그런 '영화사랑'의 애정을 인정받았다. 24일 열린 한국 아나운서 대회 대상을 수상했고 지난 9월에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방송인 아나운서 부문상을 거머져 두배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한해 아나운서 관련 큰 시상식에서 잇달아 대상을 수상한 것은 아나운서들 사이에서는 대단한 영광이라는 평가다. 아나운서 협회의 한 중견 아나운서는 "신지혜 아나운서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아나운서의 역할과 영역을 높인 활동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방송은 자신의 목표고 영화는 꿈'이라고 말하는 신지혜 아나운서를 만나 그의 영화음악과 동고동락한 8년에 대해 들어봤다.

영화기자도 아니고 영화평론가도 아니에요. 그저 영화 애호가랍니다

기본적 뉴스 진행과 사회보기는 여느 아나운서와 다를바 없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휘하는 아나운서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지혜 아나운서는 자신의 영화보기 취미가 그대로 프로그램으로 연결된 경우다.

CBS 라디오 '씨네마 천국'을 처음 진행한 이는 96년, '서편제'의 여주인공 오정해, 2대 진행자는 '접속'의 여주인공 추상미였다.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신지혜의 영화음악'은 98년 2월에 출범했다. 앞선 인지도 높은 영화인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작한 프로그램의 부담감은 컷지만 '스스로 즐기던 영화와 영화음악을 청취자와 함께하자'는 생각으로 덤볐단다.

상황은 열악했다. 혼자서 기획을 해야 했고 대본을 쓰고 진행을 맡아야 했다. 시사회 신청자들에게 곧장 표를 전달해줄 수 있는 형편이 이제는 조금 좋아지기는 했지만 수년 동안 그는 영화 홍보사에서 표를 받아 당첨된 청취자에게 두장씩 직접 편지봉투에 넣어 붙여주는 수작업도 당연한 일과중 하나로 보내왔다. 물론 청취자와의 애착은 붙이는 편지봉투의 숫자 만큼이나 늘어갔다.

"영화를 통해 소개된 좋은 영화음악을 널리 알리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아나운서가 장래 희망이었기 때문에 방송사에 들어왔고 좋아하는 영화를 그저 혼자 즐기다가 갑자기 제게 큰 역할을 맡겨주시니 덜컥 겁이 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기뻐하면서 시작했죠. 그게 벌써 8년이라니 저도 돌아보니 놀랍네요. "

여느 영화 기자보다도 영화의 달라져가는 위상을 8년여간 지켜볼 수 있었다. 가령 홍보 마케팅의 달라진 위세나 단성사나 피키디리 같은 전통의 단관 개봉 극장 체제에서 멀티 플렉스로의 변화, 천만 관객 시대의 도래 등 환경의 변화를 잠시 스쳐가는 영화 기자보다도 더 생생히 목격해왔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는 젠체하는 DJ가 아니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영화 애호가'로서 청취자의 눈높이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한다. 그의 장수 비결은 여기에 있다.

"'접속'이후 우리 영화음악에서도 오리지널 스코어 라는 개념이 확연해 졌죠. 이병우, 조성우, 복숭아 프로젝트, 이동준 씨 같은 대형 영화음악 감독이 이제 확연히 능력을 인정받고 계시잖아요."

좋은 영화란, 감독의 철학과 진심이 담겨있어야...

그녀가 8년동안 진행하면서 연말이면 늘 '청취자가 뽑은 베스트 40'을 진행했다.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청취자들이 꼽은 최고의 음악은 '씨네마 천국'의 주제곡. 8년동안 두 해만 빼고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신지혜 아나운서 역시 자신의 넘버원이라고 주저없이 꼽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선율이라는 설명과 함께.

두번째 인기 음악은 워렌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실제 사랑같은 '러브 어페어'의 피아노 솔로, 세번째가 가장 근래 작인 '클로저'의 주제곡이다. 이런 영화음악이 사랑받는 데 대한 신 아나운서의 평가는 "음악의 대중성과 그 음악이 영화가 가진 감성을 잘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취자들과 함께 '신영음 영화제'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작고 알찬 영화제를 열기도 한 신 아나운서.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일까? 그에게 물었다.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란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어야 하고 또 그 진정성과 순수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배우와 다른 요소도 무시 못할 영역이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앞으로 8년을 더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는 "나중에 청취자들이 프로그램을 떠올렸을때 영화음악을 진행한 최고의 '라디오 스타'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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