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연예계에 침투한 어둠의 세력] 폭력조직, 연예산업 진출 본격화하나

톱스타 권상우가 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출신의 김태촌 씨를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연예계와 폭력조직간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폭력조직은 나이트클럽 등 주로 밤무대를 중심으로 연예계에 손을 뻗었다. 이들이 장악한 업소에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 연예계와 폭력조직은 암암리에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다 폭력조직이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손을 뻗은 시점은 2000년대 초반께. 연예계에서는 폭력조직의 자금이 밤무대를 벗어나 조직적으로 연예산업에 유입되기 시작된 시점을 이때부터로 보고 있다.

당시 연예계에는 기존업계 토착자본 외에 벤처업계와 건설업계 등 타 업종으로부터 자본 유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폭력조직도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음지에 있던 자본과 세력이 양지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양지로 나온 이들 세력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세를 확장했으며, 외관상으로는 다른 매니지먼트와 다를 바 없는 어엿한 사업체를 꾸리며 연예계의 일부분으로 성장해왔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언젠가부터 연예계에서는 "모두들 한 다리만 건너면 저마다 어떤 조직(폭력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여기에 한류가 아시아 전역을 휩쓸기 시작하면서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현지의 폭력조직도 국내 연예산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한류스타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외국에서 행사를 벌이고 활동을 할 때 현지 세력들이 관여하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올 2월에는 유명 가수 J씨의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 공연기획사 대표가 폭력배들을 동원해 J씨를 위협하자 J씨 측의 요청으로 현장에 달려와 행사 관계자들을 폭행한 혐의로 폭력조직 칠성파 행동대원이 구속된 일이 있었다.

또한 5월에는 폭력조직 신촌이대식구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연계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교도소에 수감중인 거물급 조직폭력배가 시의원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돕는 과정에서 기획사를 통해 연예인들이 동원한 사실이 최근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은 톱스타라 할지라도 폭력조직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스타들이 종종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지방 팬 사인회나 이벤트 무대에 서는 경우는 대부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어떤 분쟁이 생겼을 경우 폭력조직으로부터 협박을 받거나 신체적으로 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연예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매니저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행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간혹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경험한 폭력조직들과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들려주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연예계에 침투한 폭력조직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 그들은 지나간 일을 우스갯소리인 양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무서운 현실인 것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