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여주인공 안나 역… 1년여 공백 깨고 안방극장 컴백

한예슬이 '복덩이'가 됐다. 요즘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14일 첫 방송되는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환상의 커플'(극본 홍정은ㆍ홍미란,연출 김상호) 때문이다. 한예슬은 SBS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이후 공백기를 갖다가 1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1년을 보내고 돌아온 그는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여유가 생겼고, 인기에 대한 조급함과 자만심은 버렸다.

그 자신도 "예전에는 일하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굴부터 찌푸렸는데 이제 즐겁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전에는 제 얼굴이 어둡고 욕심이 묻어났다면 이제 책임감과 여유도 좀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환상의 커플'에 출연하기까지 과정도 그 '변화'를 보여준다. 한예슬은 제작사인 그룹에이트를 찾아가 안나 역을 맡고 싶다고 간곡히 청했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애착과 이 작품에 대한 욕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다는 말이다.

"안나는 정말 독특하고 특이한 주인공이에요. 대본을 읽어보니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건 내가 '죽어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팅 후 앉은 자리에서 대본을 다 읽고 제가 꼭 해야 된다고 설득에 설득을 계속했죠."

이런 자세로 연기에 임하자 지금은 제작진도 대만족이다. 김상호 PD는 한예슬의 연기를 보며 "복이 굴러들어왔다"면서 "안나 역을 한예슬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없을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이에 대해 한예슬도 "오히려 '환상의 커플'이라는 작품이 제게 복덩이"라며 "공백이 있었고 정극 경험도 적은데 믿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하루도 못 쉬고 밤샘 작업을 계속해도 즐겁기만 하다"고 자신에게 일어난 '마법'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워낙 어리고 갑작스러워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몰랐는데 이젠 정말 간절히 원하게 됐어요. 또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게 됐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하하.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질렀어요."

1년 간의 휴식이 그에게 보약이 된 듯하다. 그런데 왜 그는 갑자기 휴식을 선택했을까.

"일만 하며 20대를 보내고 싶지 않았고 일을 너무 급하게 하기 싫었어요. 조급할 때 서두르면 오히려 실수하는 법이잖아요. 기다리다 좋은 작품을 한번에 잡자는 신념으로 1년을 버텼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환상의 커플'은 커트 러셀과 골디 혼이 출연한 게리 마셜 감독의 87년작 로맨틱 코미디 '환상의 커플(원제 Overboard)'을 원작으로 한 작품. 부동산 건설 재벌의 상속녀인 안나가 뻔뻔한 설비공 철수(오지호)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환상의 커플'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나는 공주처럼 자라 자기 밖에 모르는 도도하고 철없는 귀부인. 한예슬 표현대로라면 '자기 멋대로 자란 고삐풀린 망아지'이다. 패션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독특한 의상을 입고 다니는 등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특별한 캐릭터.

"기존 드라마 주인공은 너무 완벽하지만 이 친구는 부족해요. 그게 매력이죠.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지만 저와 잘 맞는 거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가지라도 있어 기뻐요. 단 다른 색깔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과제죠."

"'환상의 커플'은 만약 연예계를 떠나도 내 작품으로 남을 평생의 선물"이라는 한예슬은 "앞으로는 추억을 만들면서 열심히 연기하고, 안되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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