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나라] ■ 20대 미녀삼총사(한가인·이나영·김태희) '별난 매력' 분석

현재의 광고계를 조망할 때 누락될 수 없는 20대 미녀 트로이카가 있다.

이나영 한가인 김태희 등이다. 굵직한 품목의 광고를 다수 아우르며 영향력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이들은 이영애 고현정 김남주 등으로 대표되는 30대 ‘여왕 마마’들 보다는 탱탱하고, 또 전지현 이효리 등 또래의 ‘섹시스타’들과는 차별화된 매력포인트로 2006년 바로 지금의 감성을 따근따근하게 대변하고 있다.

안티없는 CF스타로 유명한 이나영은 현재 LG전자의 트롬세탁기, 삼성카드, SK텔레콤의 네이트 등의 CF에서 절정의 위상을 뽐내고 있으며, ‘젊은 미시’ 한가인은 삼성하우젠 은나노세탁기, 롯데카드 등 동종의 광고에서 이나영과 맞붙고 있다. 김태희도 철봉 묘기의 ‘폴더래라’ CF로 유명한 LG싸이언 광고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그런데 김희선 고소영 같은 컴퓨터 미인들의 위세가 한 풀 꺾인 광고계에서 이들은 비단 오뚝한 콧날과 왕방울 눈매의 예쁜 얼굴만이 아니라 과거의 틀을 깨는 대안의 매력을 공통적으로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별난 미녀의 세상이 새롭게 만개했음을 알리고 있는 이들의 흥미로운 알맹이를 들여다본다.

#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드는 혼자 놀기의 고수들

이들은 광고 속에서 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때 보다 혼자 놀 때 특히 사랑스러운 매력을 만발한다.

트롬 CF에서 이나영의 역할은 하루종일 침대 위에서 뒹구는 여인이고, 경쟁브랜드인 하우젠세탁기 CF의 한가인도 혼자 세탁물 바구니를 든 채 베란다의 세탁기를 향해 다가가며 ‘월화수목금토일’의 ‘요일’ 송을 흥얼거리는 신세대 주부다.

나이 지긋한 미시스타가 집안을 배경으로 원맨쇼를 부리는 가전제품 CF야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우아하게 정해진 코멘트를 외치며 ‘날 따라 하세요’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남의 시선과 무심하게 거리를 둔 채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다.

이불을 갖고 얼굴을 비볐다가 머리를 감쌌다가 하는 일련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연발하는 이나영이나, 걸어가는 동작도 겅중겅중 리듬을 타고, ‘만세’ 삼창까지 뻔뻔하지만 귀엽게 외치는 한가인은 보는 이들에게 ‘혼자 참 재미있게 놀고들 있구나’라는 반응을 자아낸다.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도 타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적극적으로 찾아 신나게 고독을 영유하는 요즘의 세대한테 이들은 선망과는 다른 동질감과 재미를 준다.

현빈이라는 이성을 옆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주 보는 게 아니라 먼 곳을 혼자 응시하며 시를 읊었다가 갑자기 철봉에 몸을 반으로 접어 매달리는 행동을 멋대로 감행하는 LG싸이언 CF의 김태희 역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한 혼자 놀기의 고수급 경지를 보여준다.

‘엽기적인 그녀’의 부류들이 자극적인 과장으로 개성을 강조하려는 것과 달리 자연스럽게 4차원의 정신세계와 일상의 공간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특징이다.

전형적인 미녀과인 한가인과 김태희가 독특한 귀여움과 엉뚱함을 어색하지 않게 체화하고 있는 점은 송혜교 같은 그냥 청순하기만 한 미녀스타들 보다 광고계 모델로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 여성상위도, 남성상위도 거부하는 매혹의 어리광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외모의 이들이 혼자만 노는 것은 아니다.

이나영은 최근 네이트 CF에서 연기자 정지훈이기도 한 가수 비를 파트너로 삼아 연상녀-연하남의 사내연애담을 드라마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외출하기 전 이 옷, 저 옷을 꺼내 몸에 대보며 데이트를 앞둔 아가씨의 모습을 보여줄 때는 남자한테 약한 순종적인 양인 듯 하다가, 비를 만난 뒤 ‘정기사, 안심해’라며 ‘사모님’ 김미려의 말을 패러디해 독특하게 남자를 리드할 때에는 여성 우위의 연상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수줍고 순진하며 은근히 적극적인 이나영의 모습은 남자한테 정복당하지도, 남자를 압도하지도 않는 묘한 중용의 매력을 뽐낸다.

LG싸이언 광고에서 현빈에게 ‘빈아, 누나라고 부르지마’라고 제법 도발적인 코멘트를 던졌던 김태희가 기이한 철봉쇼를 연출하면서 ‘나, 어때?’를 외치며 현빈의 박수를 채근하는 모습도 선명한 힘의 구조를 벗어난 개성있는 남녀관계를 보여준다.

전지현이나 이효리처럼 압도적인 몸의 매력을 대놓고 자랑하지도 않는 이들이 아름다운 자의 권력을 부리는 대신 때로는 ‘못난이’의 매력까지 수렴하는 폭 넓은 여성미를 과시한다는 사실도 두루두루 호감을 사는 눈높이의 카리스마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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