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베스트] 동일작가·인물설정 등 '… 김삼순' 닮은꼴 화제, 지나친 가벼움·단편적 전개 방식 등 기대 못미쳐

고현정의 ‘여우야 뭐하니’가 김선아의 ‘내 이름은 김삼순’을 넘어설 수 있을까.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극본 김도우ㆍ연출 권석장)가 지난 20일 첫 선을 보인 가운데 2005년 최고 인기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 계승 여부가 방송가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는 방영 전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가 다시금 30대 노처녀의 삶과 사랑 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사랑이 재현되는 점 등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과 비교 대상이 됐고, 20일 첫 방송을 통해 고현정(고병희)의 파격 음란(?) 연기가 공개되면서 ‘삼순이 신드롬’의 재현이 점쳐지기도 했다. 과연 고병희는 삼순이를 넘어서는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 방영 초반이라 속단하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2회까지 방송된 현재 ‘여우야 뭐하니’가 선사하는 웃음은 ‘내 이름의 김삼순’의 감흥에 한참 못 미쳐 보인다. 화면 구성 등 연출에 있어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세련미를 쫓기 버거워 보이고, 지극히 단편적인 전개 방식과 작품 속에 담긴 철학 또한 ‘내 이름의 김삼순’과는 거리가 멀다. ‘내 이름의 김삼순’의 아류작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여우야 뭐하니’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 못 미치는 가장 큰 부분은 노처녀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는 자세다. ‘여우야 뭐하니’의 고병희는 매사가 가볍다. 3류 에로 잡지 기자로서 직업에 임하는 모습도 가볍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 또한 가볍다. 주위 환경 및 생활 등 모든 게 극도로 과장된 듯 가볍기만 하다.

한마디로 ‘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셈이다. 직업, 사랑, 심지어 이름 자체 등 모든 삶에서 웃음을 전해주긴 했지만 이면엔 진지한 삶의 고민을 지니고 있었던 김삼순의 무게감에는 못 미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원맨쇼’도 ‘여우야 뭐하니’의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고현정은 1회와 2회에서 거의 혼자서 작품의 모든 걸 다 책임지다시피 했다. 파트너인 천정명 정도만이 존재의 의미가 있었을 뿐 나머지 등장 인물들은 고현정-천정명 커플을 위한 장신구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당연히 현실감과 공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김선아-현빈 주인공 커플 외에 정려원, 다니엘 헤니, 이아현 등 다양한 삶의 단상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우야 뭐하니’의 앞길은 험난해 보이기만 한다.

노처녀의 삶의 애환을 초반부터 지나치게 성담론에 집중하고 있는 점 또한 마이너스 요소다. 성(Sex)은 드라마에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해야 하는 독소조항이나 다름 없는 소재다. 한번 자극을 받으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의 일반적인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여우야 뭐하니’는 초반부터 ‘심하다’ 싶을 정도의 노골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독을 모두 써버린 느낌까지 준다. ‘이제 볼 게 더 있을까?’하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고현정의 파격 노처녀 연기는 매력적이었다. 캐릭터 자체로는 흡인요소로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고병희가 김삼순을 넘어서기엔 출발부터 힘에 부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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