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출연 요청받고 3일간 고민했는데 출연하길 정말 잘했죠. 다른 방송국 앵커가 했다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어요."

한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괴물', 주연배우들뿐 아니라 '괴물녀' 등 주변인물들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 가운데 영화 속 뉴스에서 괴물 출현소식을 보도한 MBC 최일구 앵커를 빼놓을 수 없다.

MBC 최일구 앵커는 '괴물'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봉준호 감독에게서 출연요청이 왔는데 처음에는 얼굴 '팔리기' 싫어 안 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당시 MBC가 각종 사고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영화 출연이 회사 이미지와 사기에 도움이 될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심에는 봉준호 감독에 대한 믿음도 깔려 있었다.

그는 "그때는 '괴물'이 어떤 영화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영화라기에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영화를 실제로 보니 과연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괴물'은 큰 성공을 거뒀고 최 앵커도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영화 출연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었는데 영화가 '대박'이 나자 요즘은 러닝개런티 계약은 안 했느냐고들 농담하며 좋아한다"고 웃으며 "지난해 MBC가 어려웠는데 '괴물'이 회사 사기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괴물'이 그를 기쁘게 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블로그 회원들과 함께 시사회에서 '괴물'을 관람한 그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칠순이 넘은 노모와 함께 한번 더 극장을 찾았다.

"주위 분들이 '괴물'을 보고 뉴스 앵커로 나온 막내아들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어머니가 영화를 못 보셔서 극장에 모시고 갔어요. 알고 보니 어머니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신 지가 30년도 넘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죄송스럽고 또 뿌듯했습니다."

특유의 개성 있는 뉴스 진행으로 인기를 모았던 최 앵커의 '괴물' 속 뉴스 촬영은 지난해 7월2일 여의도 MBC 뉴스센터에서 이뤄졌다.

그는 "사실 '괴물'의 뉴스는 어둡고 심각한 내용이어서 거의 대본대로 읽었다"면서 "마지막에 괴물을 무찔렀다는 뉴스가 있었다면 창의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앵커는 '괴물'을 찍고 출연료로 300만원을 받았다. 이 출연료로 대학 시절 직접 작사ㆍ작곡한 노래 '로케트를 녹여라'를 녹음할 정도로 다방면에 '끼'도 많은 그는 "50대가 되면 영화배우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봉준호 감독이 다음 작품에 또 출연 제의를 하면 당연히 출연할 마음이 있다. 나에게는 조폭 보스 역할이 맞는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최 앵커는 현재 MBC 보도국에서 뉴미디어에디터를 맡고 있으며, '뉴스후'에서는 네티즌의 의견을 소개하는 '인고지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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