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2006 미스코리아 대회 현장에서 본 후보자 부모들의 솔직한 모습 스케치

한달간의 합숙을 마치고 3일 마지막 왕관을 위한 2시간 동안의 피마르는 접전이 이어진 미스코리아 대회.

후보자 못지않게 가슴 졸였던 사람은 후보자의 가족들이다. '목숨 걸고 해보라'고 말했던 미스코리아 진 이하늬의 아버지처럼 요즘 부모들은 자식의 선택을 믿고 따른다. 이날 열린 미스코리아 대회 무대위는 팽팽한 긴장속에 후보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자식을 무대위에 내보낸 부모들의 가슴졸인 맘속 응원전도 만만치 않았다.

대회 시작 전, 기대는 안하지만...

대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는 부모들도 후보자인 딸들 못지않게 화려한 의상을 갖춰입고 가슴을 졸였다. 애틀랜타서 온 임지혜 후보는 미국에 있는 부모 대신 삼촌 가족이 왔다. 삼촌 임경묵(48)씨는 "입상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으나 이내 "7등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시애틀에서 온 가족이 날아온 천혜련 후보의 가족. 아버지 천병호(53)씨는 예선기간 동안 자동차로 6시간 거리를 7차례나 왕복하는 고역을 감수했다. 그러나 자식이 품은 큰 꿈을 부모가 막기는 어려운 일. 천씨는 딸이 만약 미스코리아가 되어 연예계로 진출한다면 적극 밀어줄 생각이다.

미장원 원장님만 감사한 게 아니랍니다

미장원 원장님의 권유만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길은 아니다. 이민진 후보는 교수의 추천으로 어머니와 둘이서 미스코리아를 준비한 경우. 이후보의 어머니는 워킹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는데 "전문가가 아니라서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미스코리아 진 이하늬의 경우 고모인 문인숙(57) 씨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했다. 서울 진이자 국정원 차장인 아버지와의 인연이 알려져 대회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 이하늬. 문 씨는 탈의실 셀카 때문에 일본에서도 협박을 받을 정도였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선발대회를 지켜본 문 씨는 조카가 "프로정신으로 대회를 치뤘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만약에 나가면 진선미에는 들어야지'라며 2년 후 딸을 미스코리아에 출전 시킬 생각이라는 이필덕(48) 씨. 뉴욕에서 거주하는 그는 한국에 온 김에 미스코리아 대회를 직접 보러 왔다. 전문의가 권한다면 성형도 불사하겠다는 말에서는 달라진 부모들의 가치관도 언뜻 느껴진다.

대회가 끝나고… 나는 떨어졌다

최종 선발된 7명의 후보가 불려지고. 나머지 후보들은 무대를 내려왔다. 무대 위에서 당당한 말솜씨를 뽐내던 한 후보. 무대를 내려와 가족들을 보자 고향인 대구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더 있기 싫다며 빨리 가자'는 말에서는 탈락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긴 긴장 끝 실망에 엄마의 따뜻한 위로가 감싼다.

올해로 50번째를 맞은 미스코리아 대회. 예전보다 관심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후보자의 부모들은 외려 예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내 자식의 선택이라면 적극 밀어주겠다는 변형된 '치맛바람'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거와는 달라진 현장의 풍경탓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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