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특별한 재주가 없는 사람도 특별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방송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앞으로 나의 활동 목표다.”

톱개그맨 신동엽의 방송 활동에 임하는 철학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최고 인기 개그맨으로 10년 이상 군림하고 있지만 자신의 역량에 대해선 “보잘 것 없다”고 했다. 성대모사, 모창, 사투리, 춤 등 특별히 내세울 만한 개인기 없이 재치와 순발력으로만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동엽의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누구보다 진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웃음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런 신동엽이 활동하며 품어왔던 2가지 꿈에 대한 본격적인 실현에 들어갔다. 자신처럼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웃음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닌 후배들을 발굴해 육성하고 이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방송 활동을 펼치는 꿈이다. 개그맨으로서 활동을 넘어 후진 양성과 제작에도 뛰어들어 또 다른 자아실현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선혜윤 MBC 예능국 PD와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한창 젖어있는 신동엽은 케이블 음악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Talk King 18禁’을 통해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Talk King 18禁’ 촬영 현장에서 신동엽을 만나 특별한 꿈과 결혼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개그계도 다변화가 필요하다

촬영 현장에서 신동엽에 대한 호칭은 생소했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신동엽을 부를 때엔 “신 대표님”이라고 깍듯한 존칭을 썼다. 지난 2005년 DY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사업가로도 영역을 넓힌 신동엽에 대한 예우다.

신동엽의 ‘Talk King 18禁’ 출연 취지도 방송인 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의미가 크기에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터였다. 호칭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신동엽은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개그계가 너무 일원화돼 있다. 선발부터 활동 전반에 걸쳐 개인기 중심의 콩트에 집중해 있다. 나를 포함해 김용만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등 MC형 개그맨들이 너무 오래 해먹고 있다. 뒤를 받쳐줄 후배 세대가 없다. 우리야 좋지만 건강한 방송 환경을 놓고 볼 때 이건 문제다. DY엔터테인먼트의 설립 취지 중 하나는 개그계 다변화 추구를 통한 환경의 변화다.”

신동엽은 DY엔터테인먼트 운영 과정에서 동료 개그맨 매니지먼트 외에 제작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오는 10월엔 대형 케이블업체인 CJ미디어와 합작해 엔터테인먼트 전문 케이블 채널 TVN을 개국한다. 역량 있는 오락 프로그램 작가들을 영입 및 육성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하고 있다.

“올해로 방송 활동 16년째다.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활동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나씩 추진해갈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건 시스템 전반에 걸친 변화다. 서두르지 않겠다. 지금은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연예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대한 물결로 만들겠다.”

# 결혼과 방송에 임하는 자세

신동엽은 사업에 임하는 취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끝에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어찌 보면 같은 분야 종사자와 진정한 동반자 같은 결혼 생활을 시작했기에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 등 할말이 많을 법한데 머뭇머뭇하기만 했다.

“뭐 바뀔 게 있겠는가. 똑같다.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아내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 공통분모로 존재하는 부분이 많은 건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장점 정도라고 할까. 결혼 전엔 친분이 있는 PD가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잘 되길 기원했다. 그러나 결혼 후엔 ‘정말 정말 정말 프로그램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PD가 생겼다. 그 점이 결혼 후 바뀐 대표적인 점이다.”

신동엽은 결혼을 전후해 주된 활동 영역이나 다름 없던 MBC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 발표 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에서 물러났고, 이후 MBC엔 출연 프로그램이 없다. MBC에서 녹을 먹고 있는 아내에게 쏟아지는 내부적 관심에 대해 아내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MBC를 꺼리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어색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사에서 아내를 만났을 때 반가워 하기도 그렇고, 외면하기도 이상하지 않은가. 결혼 초기라 MBC 출연이 조금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아내가 곧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물론 정말 정말 정말 잘 되길 바란다. 그 이후엔 MBC에 출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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