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새 월화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 주인공… "몸빼 바지 너무 좋아요"

13일 오후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포도밭 사이로 윤은혜가 땀을 훔치며 걸어 나온다. 그런데 옷차림이 심상치 않다. '몸빼 바지'에 챙이 넓은 주황색 모자까지 전형적인 시골 아낙네다.

그는 불과 네 달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궁'에서 한 나라의 황태자비로 호사스러움을 누렸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수에서 연기자로 입지를 넓힌 그가 24일부터 방송하는 KBS 2TV 월화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극본 조명주, 연출 박만영)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시골 포도밭으로 향하는 도시처녀 역에 도전한다.

현지에서 촬영에 돌입한 지 이제 불과 보름. 하지만 몸과 마음은 벌써 시골 처녀가 다 된 듯했다.

"처음 시골로 내려왔을 때는 끈민소매 의상에 하이힐을 신었죠. 옷이 너무 불편해서 '몸빼 바지'를 빨리 입혀달라고 감독님에게 졸랐어요. 이 의상은 살이 쪄도 티가 안납니다. 극중에서 일할 때도 너무 좋아요. 또 화장의 경우는 땀 때문에 진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있죠."

서울에서 의류 관련 창업을 꿈꾸던 그는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시골 친척 할아버지로부터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 포도밭 1만 평을 물려 준다는 제안을 받는다. 더욱이 이 포도밭 주위가 리조트로 개발돼 땅값이 10억 원으로 뛰어 더욱 귀가 솔깃해진다.

결국 시골로 내려온 그는 포도밭 일꾼 오만석과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화려함에 물들었던 그는 점차 시골 사람들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사투리도 곧잘쓰게 된다.

"어릴 때 방학 때마다 전북 외할머니댁에 놀러가곤 했죠. 그런 시골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생활은 불편해도 개울가에서 한 물 장난, 봉숭아꽃 물들이기, 과일 서리 등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드라마를 통해 요즘 도시의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자유와 느낌을 알려주고 싶어요."

'궁'을 통해 연기 분야에서도 스타덤에 오른 그는 차기작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지만 이 드라마를 선택할 때는 거침이 없었다.

"시놉시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작품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역이 머리에 그려지고 아이디어도 떠 올랐죠. 경쟁 시간대에 화제작인 '주몽'이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이 역을 맡으면 제가 화가 날 것 같았어요. 원작 만화를 안 본 사람도 '궁'을 즐겼듯이 이 드라마도 입소문만 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궁'에 이어 또 밝은 캐릭터를 맡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밝은 면에도 슬픔과 터프함 등 다양한 성격이 어울릴 수 있다"면서 "아직 그런 밝은 면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오만석에 대해서는 "사진으로 먼저 봤을 때는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운 눈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선한 눈이 없었다"면서 "처음부터 정말 편안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복스 출신인 그는 가수 활동 재개와 관련, "내가 가수로 활동할 때에 비해 요즘은 노래와 춤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면서 "지금은 연기만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에 가수 활동을 욕심 내기 어렵다"며 당분간 연기에만 전념할 뜻을 비쳤다.

한편, 이날 황간면 촬영 현장에서는 드라마의 대박과 제작진의 건강을 기원하는 고사가 진행됐다. 제작진과 함께 정구복 영동군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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