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토크토크] 나이드니 캐릭터 폭 좁아져 안타까워… '나와 파트너하면 뜬다' 속설도

탤런트 김호진은 친근한 이미지의 연기자다. 서글서글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이웃집 청년 같은 친숙함으로 오랜 기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언론에 김호진은 그다지 친근한 연기자는 아니었다. 최근 7~8년간 김호진은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고, 취재진들과 접촉도 즐기지 않았다. 지난 2001년 동료 탤런트 김지호와 결혼한 뒤에는 연기 활동 외에는 부부만의 알콩달콩한 생활에만 빠져있는 듯했다. ‘인터뷰 기피증’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렇기에 김호진과의 인터뷰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한결 같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듯한 가정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톱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이제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스스로를 연기자로 완성해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물론 그 동안 왜 그리 언론 접촉을 피해왔냐는 질책성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

실제로 만난 김호진은 친근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나이도 안 먹는 듯 했다. 그는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 때문에 웃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내내 웃었다. 여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더웠던 봄날 오후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정말 만나기 어려웠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게을렀던 탓이었지 싶다. 그런데 그다지 나를 찾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제 관심권의 중심부에서 서서히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이제 후배들에게 많이 물려줬다. 아쉬움이나 새로운 다짐 같은 것도 있을 법 한데.

=아쉽지 않다고 하면 물론 거짓말일 것이다. 인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보다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게 더 안타깝다.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의 제의가 안 들어와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후배에게 넘겨줘야 해 아쉽기도 하다. 사실 요즘 출연하는 KBS 1TV ‘서울 1945’에서도 내가 연기하고 싶던 배역은 류수영이 연기하는 운혁 역이었다.

▲연기 편식이 없었다. 전성기였던 90년대 후반에도 요즘 스타급 연기자들과 비교하면 작품이나 캐릭터의 선택 폭이 매우 넓었다.

=그 시절엔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톱스타가 일일극이나 단막극에도 선뜻 출연하곤 했다. 요즘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스타들에게 드라마는 미니시리즈만 있는 것 같다. 다양성의 차원에서 안타까운 현상이다. 스타들이 대중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인식도 일반화됐다. 마케팅 차원이긴 하겠지만 연예계가 점점 다른 세상이 되는 느낌이다. 캐릭터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면 새로운 캐릭터를 택하곤 했다. MBC ‘안녕 내 사랑’에서의 악역이나, SBS ‘파도’에서의 껄렁껄렁한 건달 등은 반듯한 주인공을 마다하고 내가 선택한 배역이었다. 요즘은 그런 선택의 기회가 없다. 욕심이 없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성 파트너 복이 대단했다. 이영애 김혜수 김희선 신은경 엄정화 등 당대 톱스타들과 모두 파트너 호흡을 맞추지 않았는가.

=정말 나 여복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파트너들이 더 복이 많았다고 할 수도 있다. 대부분 나와 파트너를 한 뒤 톱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당시엔 ‘김호진과 파트너를 하면 톱스타가 된다’는 속설까지 있었다. 아내인 김지호가 그 끝을 장식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김지호는 정말 신랑 잘 만난 행운아가 아니겠는가(웃음).

▲결혼 후 가정 생활에 너무 몰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동료 연기자들과 교류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결혼은 내게 가장 좋은 친구를 선물했다는 생각이다. 김지호는 아내이면서도 연인이고 좋은 친구다. 함께 영화 보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 술을 마셔도 아내와 함께 마시는 게 좋다. 동료 연기자들과의 관계에 다소 소홀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부부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게 행복하다.

▲아기자기하게 가정을 꾸미는 부부의 모습이 참 예쁠 것 같다.

=사실 그건 아니다. 김지호는 어지르는 걸 좋아하고 나는 정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 김지호 모두 전구도 바꿀 줄 모른다. 어머니 오실 때 갈아달라고 부탁 드리곤 한다. 대신 우리는 집안 일과 관련된 취미를 즐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한식, 이탈리아 요리, 복어 요리 자격증을 취득했고, 김지호는 플로리스트 과정을 수료했다. 현실적인 삶과는 좀 동떨어지긴 했지만 우아하지 않은가. 언제 한번 초대해 내 요리와 아내의 꽃 가꾸는 솜씨를 보여드리겠다.

▲정말 나이를 안 먹는다. 대단한 동안이다(참고로 그는 37세다).

=에이 그래도 나이든 티가 곳곳에서 난다. 동안인 점 때문에 손해도 종종 있다. 나는 1990년 KBS 공채 14기로 성인 연기자로 출발했는데 데뷔 시절부터 어려보이는 외모가 지금까지 계속돼 아역 연기자 출신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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