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올드 앤 뉴' 연상 '무한도전' 등 웃음도 복제… 풍자없는 '무임승차' 식상
오락 프로그램들이 다른 인기 프로그램이나 코너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거나 활용해 새롭게 꾸미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게 방송가의 현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아예 ‘당당한 아이템 복제’까지 비일비재하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양상은 경쟁 프로그램의 코너나 핵심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것. KBS 2TV ‘개그 콘서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개그 프로그램들이 상대방의 인기 코너를 고스란히 옮겨 자신의 코너로 꾸미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고, KBS 2TV '상상플러스'의 인기 코너 ‘올드 앤 뉴’는 여러 경쟁 프로그램의 아이템으로 복제되고 있다.
게다가 아이템을 복제한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이 같은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한다. 소재 빈곤이 아이디어 복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시청자 입장에선 ‘뻔뻔한 베끼기’를 지켜 보게 되는 셈이다.
인기 CF나 영화, 드라마의 장면들은 오락 프로그램이나 CF의 패러디 소재로 인기를 모아왔다. 그러나 여기엔 풍자와 촌철살인의 재미가 내재돼 새로운 웃음으로 발전된 양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에 두드러진 현상엔 풍자나 재해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경쟁 프로그램의 인기를 나눠 가지려는 ‘무임승차’의 태도까지 엿보이고 있다.
KBS 2TV ‘폭소클럽’에서 ‘웃찾사’의 ‘사쓰’ 코너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나, ‘웃찾사’의 ‘희한하네2’가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 투게더-프렌즈’의 모토인 “반갑다, 친구야”를 고스란히 활용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도전’은 최근 인기 오락 프로그램 ‘상상 플러스’를 연상시키는 코너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나경은 아나운서(일명 마봉춘)를 등장시켜 ‘상상 플러스’의 노현정 아나운서를 떠올리게 했고,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등 출연진도 ‘상상 플러스’의 탁재훈 이휘재 등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예능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아이디어 빈곤이 심각한 지경이다. 예전엔 따라 한다는 지적에 거부감을 갖곤 했는데 이제는 기왕 할 거 제대로 따라 하자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분별한 따라 하기는 시청률에 급급한 나머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일회성 소모품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기보다 단순한 ‘우려먹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시청자들은 자칫 똑 같은 화면을 계속해서 봐야 하는 현실을 맞을 지도 모른다. 당연히 외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베끼기에도 어느 정도 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