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감독과의 작업은 '물물교환'이지요"

한석규가 또 한번 신인 감독의 데뷔작 주연으로나선다.

23일 개봉할 영화 '음란서생'은 김대우 감독의 연출 데뷔작. 김 감독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반칙왕' '정사' 등을 집필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자신이직접 쓴 '음란서생'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한석규가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것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95년 그의 영화 데뷔작이었던 '닥터봉'의 이광훈 감독도 이때 처음으로 충무로에 진출했다. 96년 시나리오작가 출신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로 한석규는 영화배우로 안착한다.

그는 97년 잇달아 세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이자 흥행 배우로 거듭난다.

당시 세 작품의 감독 모두 처음 메가폰을 잡은 인물이었다. '넘버 쓰리'의 송능한감독, '초록물고기'의 이창동 감독, 그리고 '접속'의 장윤현 감독까지 모두 신인 감독이었으며 이들 신인 감독을 통해 한석규는 영화계에서 더욱 공고한 위치를 갖게됐다.

98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도 한석규와 심은하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와 함께 작업하며 영화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의 이런 특이한 필모그래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2년 만 3년 만의 긴휴식기 끝에 복귀한 '이중간첩'의 김현종 감독, 2004년 '주홍글씨' 변혁 감독, 2005년 '미스터 주부퀴즈왕' 유선동 감독에 이어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까지 대부분감독들의 데뷔작이거나 두번째 작품에 출연했다.

'음란서생'에 이어 4월께 개봉할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도 '가발'에 이어 두번째 작품을 한석규와 치르게 됐다. '그때 그 사람들'의 임상수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 감독과의 작업인 것.

이처럼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월등히 많은 것에 대해 한석규는 "'물물교환'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꼽았다.

그는 "배우에게는 아무리 변신을 하려해도 '덩어리 이미지'라는 게 분명히 있다.

배우로서 그 이미지를 어떻게 변주하느냐가 큰 고민"이라고 전제한 후 "신인 감독분들은 그런 고민을 배우 이상으로 함께 해준다. 내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서 건져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석규는 이어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객관적인 눈인데 신인 감독들이 그런 눈이 돼준다"며 "신인 감독은 데뷔작을 통해 영화 인생에서'올인'할 순간을 맞는다. 영화에 올인한 사람과의 작업을 통해 내가 아무리 놓치지않으려 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놓칠 수밖에 없는 초심(初心)을 잊지 않게 된다"고말했다.

감독들은 한석규라는 배우에게서 이미지와 연기력 등등을 얻게 되니 '물물교환'이 된다는 것. 그는 "그래서인지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많고, 그런 면에서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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