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황당 뒷얘기①"김민―스투기자 사귄대"

취재기자를 하다 보면 여러 사정으로 차마 지면에 기사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국내 정상의 스포츠전문지로 발돋움한 '젊은 신문' 스포츠투데이는 '현장의 살아 숨쉬는 기사'를 지난 99년 창간 때부터 모토로 삼은 까닭에 취재현장의 뒷이야기가 유난히 많다. 창간 5주년을 맞아 스투 기자들의 황당취재사건을 공개한다.

■ 당사자가 쓴 열애설 진상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는 연예부 동료들의 채근(?)이 낯 뜨거운 고백을 하는 데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혹자는 “이제 지면까지 빌려 제 자랑을 한다”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다. 거듭 강조하건대 아직 그 정도로 중증-‘왕자병’이 없다고 부인하지 않겠다-은 아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혹은 세상만사를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몇몇 ‘호기심 천국’과(科) 독자들은 “일하다 보면 정분이 싹트는 경우도 있지 않겠냐”며 기자와 연예인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한다. 몇몇은 TV드라마를 과다 시청한 듯 “미운 정, 고운 정 쌓이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럴듯한 근거까지 제시한다.

실제로 영화 또는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기자-연예인의 핑크빛 로맨스 ‘소동’이 있었다. 여기에서 ‘소동’이라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이른바 열애설로 보도되기 일보 직전의 ‘긴박감’이 실재했기 때문이다.

‘소동’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탤런트 김민이었다. 연예부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지난 2001년 초의 일이다. 지상파 TV의 모 연예정보프로그램 작가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안부를 묻더니 “탤런트 김민과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사실이냐”며 기자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심지어 김민과 기자가 서울 압구정동 모 카페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예관계자에게 자주 목격됐다는 식의 구체적인 정황까지 늘어놓았다. 만난 걸 안 만났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연예계 정서상(?) 이미 그런 소문이 돈 바에야 순수한 취재목적으로 만났다고 말해도 믿을 리 만무했다.

기자는 작가가 일하는 모 연예정보프로그램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다. 작가를 만나자마자 “김민과의 관계가 방송전파를 타면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연예인 혹은 연예관계자가 기자의 취재의지를 꺾으려 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수법’을 기자가 쓰고 말았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열애 해프닝이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었다면 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을 게다. 잊혀질 즈음 이번에는 경쟁지 연예부 기자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들은 김민과 인터뷰할 때면 으레 ‘스투의 허민녕 기자와 도대체 어떤 사이냐, 무척 궁금하다”는 식의 질문을 수년간 ‘징하게’ 던지고 있다. 처음에는 펄쩍 뛰던 김민도 이제 지쳤는지 그냥 웃어넘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기자와 김민의 관계는 ‘대략’ 거북해질 법도 하지만 변함없이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에는 김민의 뒤를 잇는 또 다른 핑크빛 로맨스의 피해자들이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자보다 5살 연상인 국민배우 강모를 비롯해 미녀 톱스타 김모, 신세대스타 박모 등이 피해자들이다. 유감스럽게도 여러 명이다. 지면을 빌려 부탁하건대 아무 일도 없으니 제발 그녀들의 혼삿길을 막지 말라.

/스포츠투데이 허민녕 tedd@sportstoday.co.kr
/사진=김종원

입력시간 2004-03-10 12:11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