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연예인만 즐거운 시간?

[강명석의 TV홀릭] '대한민국 1교시' '최수종쇼'
출연 연예인만 즐거운 시간?

화요일 밤 TV를 보다 보면 채널 하나를 두고 다른 세상을 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KBS2 ‘대한민국 1교시’와 SBS ‘최수종쇼’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대한민국 1교시’는 한마디로 교육적이다. ‘YES I CAN’은 인기 영어강사를 초빙해 영어를 가르치고, ‘0.1%의 노하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화술 메모법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알려준다.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KBS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최수종쇼’는 제목 그대로 ‘쇼’에 충실하다. ‘100% 프로포즈’에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타를 출연시켜 일반인의 프로포즈를 받도록 하고, ‘자아도취 노래방’에서는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도록 한다. 연예인들이 분위기를 띄우면,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해 웃고 즐기는 쇼인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1교시’에는 강사의 교육을 받고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듯 출연자들의 ‘아~’ 하는 탄성소리가 나오고, ‘최수종쇼’는 출연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박장대소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재미의 질이 낮다는 점에서 똑같다. 두 프로그램은 ‘오락’이라는 것을 연예인이 웃겨주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대한민국 1교시’의 코너들을 보라. 강사들은 영어 잘 하는 요령, 메모 잘 하는 요령 등을 말 그대로 ‘강의’한다. 어떻게 하면 영어발음을 잘 할 수 있는지 강사가 설명하면 연예인들이 그걸 재치 있게 받아 넘기거나 실수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수업 받는 연예인들이야 재미있는지 몰라도 시청자들은 그들끼리 하는 행동을 멀뚱히 쳐다볼 수밖에 없다. 교육을 오락에 접목하는 게 아니라 교육은 교육대로 가고, 연예인들의 재능이 오락을 만족시킨다. 이럴 바엔 교육방송 프로그램에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최수종쇼’도 마찬가지다. 쇼의 주인인 ‘최수종’은 웃느라 바쁘고, 정작 프로그램의 재미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출연 연예인들의 능력이다.

모든 코너에 일반인들이 나오지만 ‘100% 프로포즈’처럼 연예인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자아도취 노래방’처럼 연예인 못지않은 끼로 ‘연예인들 노는 곳’에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코너 자체가 가진 매력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톱스타가 출연하느냐, 혹은 얼마나 웃기게 노래를 부르느냐에 따라 재미의 강도가 결정된다.

두 프로그램은 ‘교육’과 ‘토크쇼’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소재를 잘 이용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연예인만 있으면 오락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정작 시청자들은 방송 내내 연예인들끼리 노는 것만 바라봐야 한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의 문제는 이처럼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데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소재가 무엇이든 TV에서 가능한 표현수위를 넘지 않는다면 오락 프로그램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많은 오락 프로그램들이 그 사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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