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 충전 '덤벼라 세상아!'
스크린-안방극장 '강한 여자' 신드롬

관련기사

드라마 속의 '강한 여자'노래 속의 '강한 여자'

앤젤리나 졸리, 신은경, 우마 서먼, 이영애, 박선영, 신민아. 국적도 다르고 연기의 스타일, 외모의 이미지도 천양지차인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전에 볼 수 없던 ‘당찬 여자’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영화와 드라마의 여주인공에는 변화가 일고 있다. 귀엽고 예쁘고 가녀린 전형적인 여주인공 사이로 남자보다 육체적·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더 큰 야망과 꿈을 지닌 여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툼 레이더’의 앤젤리나 졸리, ‘조폭마누라’ 시리즈의 신은경,‘ 킬빌’의 우마 서먼, 드라마 ‘대장금’의 이영애, ‘왕의 여자’의 박선영, ‘때려’의 신민아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심은하가 주인공으로 거론된 ‘토지’의 서희도 따지고 보면 미국이 자랑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에 버금가는 강인한 여성의 표상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남자들을 주눅 들게 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나보다 센 남자 나와"=여전사형

오는 21일 개봉되는 외화 '킬빌'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일본 사무라이 액션과 홍콩의 무협영화 등을 동경하며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러모로 이소룡을 비롯한 동양 액션스타와 닮았다.

그런데 그 멋진 영웅을 연기하는 배우는 잘나가는 액션스타 더 록이나 빈 디젤이 아닌 이지적이고 고혹적인 미모의 우마 서먼이다.

우마 서먼은 '킬빌'에서 가족과 남편을 죽인 원수들을 찾아가 처절한 복수극을 펼친다. 그녀가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일본도를 들고 펼치는 핏빛 액션은 어지간한 남자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박력이 넘친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앤젤리나 졸리는 어떤가. 어지간한 킬러 열댓 명이 동시에 덮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냉철한 판단력과 임기응변 등 지적능력에서도 탁월하다. '조폭 마누라' 시리즈의 신은경 또한 산만한 덩치의 조폭 서너 명은 가볍게 처리한다.

▲ "속좁고 옹졸한 사람, 그대들은 남자"=여장부형

시청률 40%를 넘으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MBC '대장금'의 최대매력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여주인공의 모습이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장금은 반상(班常) 구별이 엄격하고 여성의 활동이 극도로 억제되던 조선시대에 두 차별을 모두 극복하고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여걸이다.

견디기 힘든 고난과 위기를 맞아도 절대 굴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 그러면서도 절대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은 유약한 요즘 남성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왕의 여자'의 주인공 개똥이 역시 범상한 여인이 아니다. 미천한 신분 출신인데도 내로라하는 조정의 중신을 호령하며 한 시대의 정치를 쥐락펴락한다.

권력에 대한 야망과 그것을 이루려는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한 그녀는 선악의 기준을 배제하면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을 능가하는 인물이다.

▲ "평범하게 살긴 싫다"=선구자형

SBS 드라마 '때려'의 주인공 신민아는 여자권투선수이다. 매혹적인 향수 냄새를 풍기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대신 땀내나는 운동복을 입고 샌드백을 두드린다. 때로는 얼굴에 피멍 드는 것도 감수하고 상대와 치열한 펀치를 교환한다.

'때려'에서 신민아가 맡은 유빈은 남성이 여성에게 기대하고 강요하는 전형적인 모습에 안주하길 거부하는 여인이다. '여자가 웬 권투를…'이란 고정관념을 뒤로 하고 자신이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위해 당당하게 나선다.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청연' 역시 평범하게 살기를 거부한 한 여인의 삶을 담고 있다. 장진영이 맡은 주인공 박경원은 한국최초의 여성 파일럿이다. 1901년에 태어나 일본에서 비행학교를 마치고 비행사로 나선 극적인 삶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모습이다.

/스포츠투데이 김재범 oldfield@sportstoday.co.kr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