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창립기념 행사 가상공간서 진행

사진=롯데푸드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유통기업들이 ‘메타버스(Metaverse)’를 회사 내 크고 작은 행사에 도입하고 있다. 채용과 창립기념일은 물론 팀 워크숍과 직무 교육까지 가상현실을 통해 진행한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진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방식 행사 진행이 힘들어진 만큼 메타버스가 임직원, 구직자들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대기실에서 면접 차례 기다리는 아바타

유통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2021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올해 동원그룹 채용 규모는 150여명. 동원산업, 동원F&B, 동원홈푸드 등 10개 주요 계열사에서 IT, 생산기술, 신소재 개발, 물류, 연구,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채용한다.

특히 이번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메타버스를 통한 직무상담을 제공한다. 채용대행 전문업체인 NHR 커뮤니케이션즈가 주관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커리어톡’에서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을 대상으로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채용박람회를 진행한다.

메타버스에 입장한 구직자들은 관심이 있는 사업부에 대해 채용담당자와 실시간으로 1대1 온라인 화상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을 원하는 구직자들은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신청할 수 있다.

하이네켄코리아도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APGP (Asia Pacific Graduate Program) 채용을 실시, 외국계 기업 최초로 메타버스를 통해 채용설명회를 연다.

이번 설명회는 오는 28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열린다. 구직자들은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존’을 통해 기업 히스토리 및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직무 상담은 APG 프로그램을 경험한 현직자가 직접 아바타를 생성해 ‘커리어 익스피리언스존’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이번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참석을 위한 사전 접수는 오는 23일까지 채용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다. 채용 관련 자세한 사항은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푸드는 대학생 마케터 채용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본사 공간을 본 떠 가상 공간을 꾸미고 지원자 아바타는 사무공간을 구현한 가상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본인 순서가 되면 면접장 공간에 입장에 화상 면접을 진행한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실제 공간과 비슷하게 메타버스 공간을 꾸며 면접 대기 중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반적인 비대면 면접보다 현장감 있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게 면접을 진행했다는 지원자 소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창립 행사·직원 교육 메타버스에서

전 임직원이 한 곳에 모여 진행되는 창립기념행사나 직무 교육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다. 회사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든 가상공간에서 실제 대면 행사와 똑같이 진행하는 것.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창립 76주년 기념식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서경배 회장 기념사와 장기근속 수상자에 대한 축하도 가상공간에서 이뤄졌다.

이 공간에는 회사 역사 퀴즈, 방 탈출 게임, 헤리티지 보물찾기 퀘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바타의 모습으로 참여한 직원들은 캐릭터 설정 및 아이템을 장착하고 가상공간 곳곳을 방문하며 창립기념일을 축하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게더타운을 활용해 ‘BGF 가상현실 교육센터’를 열고 임직원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상현실 교육센터는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BGF교육연구센터를 실제와 똑같이 구현했다. 카페테리아와 야외 공간까지 그대로 옮겼다.

교육 과정 중 화상으로 음성과 시청각 자료를 지원함으로써 강의 및 발표, 실습도 실제 대면 교육과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교육생들끼리 개별적인 대화도 가능하며 가상공간 특성을 살려 휴식시간에는 온라인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팀 단위 워크숍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열렸다. 지난달 문을 연 세계 최초 메타버스 제휴 편의점인 ‘CU제페토한강점’에서 20개 팀이 참가했다. 이들은 구성원 소통 강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을 목표로 ‘OO가(이) 필요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모임을 가졌다.

김성한 BGF 인재개발팀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교육 및 소통 프로그램을 도입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한편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MZ세대들 문화 코드가 기업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보다 젊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기업 행사에 도입되는 이유는 코로나19와 Z세대 사회 진출 시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의 경우 과거엔 홀을 빌려 부스를 차리는 오프라인 채용박람회 형태였다”며 “코로나19 시국이 오며 지난해에는 화상 상담으로 변화했고, 올해는 기술적으로 상용화된 메타버스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을 넘어 임직원과의 소통창구 및 기업 문화 혁신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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