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 사진=임현지 기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오뚜기에 이어 농심까지 라면값을 올리자 소비자단체가 소비자와의 상생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는 3일 성명을 내고 “농심이 이 어려운 시기 소비자와 고통을 나누며 함께 있어준 국민 기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가격 인상을 대승적 차원에서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을 포함해 주요 라면 출고 가격을 평균 6.8% 인상할 것을 예고했다. 팜유와 밀가루 등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소협은 이 같은 농심의 주장에 반박했다. 농심 사업보고서 중 공시된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하락 추세로 나타났기 때문.

실제 소맥분은 2012년 전년대비 6.2% 상승하다가 2013년 -19.6%, 2014년 -2.3%, 2015년 -20.3%, 2016년 -13.3%로 4개년 연속 평균 13.8% 하락했다. 팜유 역시 2016년(11.4%)을 제외하고는 2012년 -13.1%, 2013년 -18.2%, 2014년 -16.0%, 2015년 -11.0%로 4개년 연속 평균 14.6% 떨어졌다.

2017년 이후에는 소맥분과 팜유 모두 등락을 반복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원재료 상승 폭이 가장 높았던 2011년 대비 각각 8.5%, 14.0% 낮은 수치다.

그러나 농심 신라면 출고가는 2011년 8.5% 인상, 2016년 5.7% 인상, 2021년 8월 7.6% 인상을 발표해 10년 동안 약 3회에 걸쳐 주기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농심 매출과 영업이익도 꾸준히 상승했다. 2016년 2조 2170억원에서 2020년 2조 6397억원으로 연평균 4.6%로 상승했고, 영업이익률은 연평균 4.4% 대로 안정된 성장세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와 영화 ‘기생충’ 등 외부 영향요인으로 최고 실적을 보여 영업이익은 2019년 788억원에서 2020년 1603억원으로 103.4% 증가, 영업이익률은 3.4%에서 6.1%로 약 2배 올랐다.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은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에 대해 살펴본 결과, 동기간 내 인건비 비용이 상승했으나 실제로 총 비용(원가 및 판관비) 중 인건비 비중 변동은 크게 없었다. 2019년 대비 2020년에 매출액 12.6%, 영업이익률 2.71%포인트 상승해 원가와 판관비 증가폭을 모두 상회하는 매출 증가를 이뤘다.

소협 관계자는 “업체 측이 주장하는 원가 인상 요인은 있으나 이를 상회하는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또 매출원가와 판관비 총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2016년 대비 지난해 16.6% 상승으로 동기간 매출 상승폭인 19.1%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에 비춰 볼 때 농심은 라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며 “라면 시장 성장 기반에는 라면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뚜기도 이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소협은 오뚜기에 대해서도 인상 근거가 미약하고, 라면 가격 줄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