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패션 등 유통기업 속속 진출
미래 고객과 접점 늘릴 시범 무대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메타버스(metaverse)가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식품, 패션 등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을 출시하거나, 아바타가 놀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는 MZ세대, 그 중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후반에 태어난 ‘Z세대(GenZ)’들이 주 이용자다. 유통기업들은 미래에 구매력을 갖출 이들에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모두에서 브랜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속 한강공원 월드에서 기자의 아바타가 즉석조리 라면을 먹고 있다. 추후 해당 월드에 CU제페토한강공원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사진=제페토 캡쳐
◆ Z세대 선택 받기 위한 초석

메타버스의 특징은 현실과 닮은 또 하나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이라고 해서 우주 같은 비현실적인 공간만 꾸며놓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장소를 그대로 옮겨와 그 기능과 역할까지 부여하는 개념이다.

서울 반포 한강공원을 똑 닮은 제페토 속 ‘한강공원’ 맵에 오는 8월 편의점 CU가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열 예정이다. 해당 매장은 한강을 바라보며 인기 상품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으로 꾸며진다. 테라스에서 CU 자체브랜드인 ‘GET 커피’, ‘델라페’를 비롯해 한강공원 대표 메뉴인 즉석조리 라면도 즐길 수 있다.

라면이나 커피를 구입하면 아바타 손에 쥐어지거나 먹는 움직임으로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가격은 실제 대비 훨씬 저렴하게 판매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품으로 얻는 수익은 네이버제트와 CU 본사인 BGF리테일이 계약 내용에 따라 나눠 갖는다.

소통을 중시하는 제페토 유저 특성을 반영, 버스킹 공간도 마련한다. 제페토에서 실제로 마이크를 켜고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CU는 추후 사용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공간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점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라이벌인 GS리테일도 이에 질세라 메타버스 형식으로 서비스 부활을 예고한 싸이월드와 협업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말, 싸이월드 내에 GS리테일 쇼핑 채널을 단독으로 개통할 예정이다. 향후 라이브 커머스 영역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GS리테일 전용 미니홈피를 개설해 방명록을 작성하는 기능도 선보인다.

사진=롯데하이마트 제공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6월,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에 자체브랜드(PB) 이름을 딴 ‘하이메이드(HIMADE) 섬’을 개설했다. 동물의 숲은 가상 캐릭터가 취향대로 마을과 섬을 꾸미고 이웃과 교류하는 게임이다.

하이메이드 섬은 게임에서 섬으로 연결되는 주소인 꿈번지(DA-9046-6437-9825)를 입력하면 접속된다. 섬에는 ‘브랜드 포토존’과 가상으로 전시된 하이메이드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PR존’, 게임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을회관’ 등이 마련됐다.

유통기업들의 메타버스 진출은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미래 주요 고객이 될 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상현실에서의 만남이 추후 현실에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경험했던 CU를 온라인에서 만나는 등 고객에게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주기 위해 제페토와 협업을 진행했다”며 “제페토 사용자인 Z세대와 편의점 주 고객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나 상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MZ세대들에게 하이메이드를 알리는 동시에 고객들이 제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에 반영하기 위해 섬을 오픈했다”고 서비스 취지를 밝혔다.

제페토 구찌빌라 내부. 사진=제페토 제공
◆ 선공개·한정판 펼쳐질 뉴(New) 런웨이

글로벌 패션업계는 사용자들이 주로 ‘옷’을 통해 아바타를 꾸미고 개성을 드러내는 점을 겨냥해 일찍이 메타버스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인 제페토와 로블록스 모두에 입점해 선도적으로 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현실에서 구매할 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구찌 가방은 메타버스 안에선 몇 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아바타가 입는 의상이기에 가능하다.

명품을 되팔아 재테크를 하는 일은 가상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지난 5월, 로블록스 내 마련된 가상공간 ‘구찌가든’에서는 ‘디오니소스’ 가방이 4115달러(약 465만원)에 판매됐다. 당초 출시 가격은 로블록스 화폐로 475로벅스(약 5.5달러, 6300원)였으나, 구매자들이 이를 재판매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해당 가방은 여왕벌 문양이 크게 박혀있는 로블록스 한정판이다. 가상현실에서만 멜 수 있음에도 현실 속 디오니소스 가방(3400달러, 391만원)보다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제페토에서는 가상 매장인 ‘구찌빌라’를 열고 가방과 의류 등을 판매했다. 이 역시 한정판으로 현재는 구매 불가다. ‘곧 출시될 새로운 컬렉션을 놓치지 말아 달라’며 유저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가상세계에서도 명품의 ‘한정판’ 마케팅이 적용된다.

제페토에는 DKNY, 크리스찬 루부탱, 푸시버튼, 키르시 등 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 캐주얼 브랜드들의 다양한 의상이 입점 돼 있다. 나이키, MLB, 푸마 등 스포츠 카테고리 옷과 운동화도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다.

제페토 속 디올 페인팅으로 얼굴을 꾸민 기자의 아바타. 사진=제페토 캡처
다만 화장품 브랜드 입점은 더딘 편이다. 아바타 특성상 꾸밀 수 있는 영역이 얼굴로 한정적인 탓이다. 현재는 디올만이 제페토와 협업을 진행, 아바타 얼굴에 적용할 수 있는 페인팅 메이크업을 판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패션위크나 베타버전 같은 새로운 시범무대가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에서 먼저 제품을 선보여 반응을 살피고 난 후 현실에 판매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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