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공식 깼다…'자연 담은 미래 백화점'
'구름 인파'에 거리두기·주차대란 등 해결 과제도

2월27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첫 주말을 맞았다. 더현대서울 외관. (사진=임현지 기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첫 주말을 맞았다. 기자가 방문한 2월27일, 더현대 서울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코로나19가 무색하게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두바이 대형 몰 같다’, ‘사람 정말 많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에스컬레이터에는 빽빽하게 사람들이 서 있었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졌다.

영업면적 8만9100㎡,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공간으로 채워졌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고 실내 조경과 고객 휴식공간을 넓혔다. ‘백화점은 창문이 없다’는 공식을 깨고 천장을 모두 유리로 제작했다. 더현대 서울이 내세우는 ‘자연 담은 미래 백화점’ 콘셉트가 공간 속에 그대로 담겼다.

더현대 서울에 조성된 ‘워터폴 가든’과 수많은 인파. (사진=임현지 기자)
◆ 자연과 폭포…어딜 가든 ‘포토 스폿’

매장에 들어서니 뜻밖의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1층부터 12m 높이 인공폭포가 조성된 ‘워터폴 가든’과 5층 6층에 위치한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공간이다. 매장 전체 면적 중 49%는 실내 조경과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워터폴 가든은 백화점 안에 띄워진 공중정원 같았다. 1층에서 올려다보는 고객, 중간층에서 마주 보는 고객,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고객 너도나도 폭포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5~6층에 있는 사운즈 포레스트도 곳곳이 포토 스폿이다. 해당 층에는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 나무와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다.

특히 6층에 위치한 식음료 공간 ‘그린돔’이 눈에 띈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인 ‘그랑 팔레’ 상징 돔 천장을 모티브로 해 벽이나 천장이 없어 자연 채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린돔을 바라보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 따로 마련돼 있다.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5층과 6층에 조성된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사진=임현지 기자)
◆ 갤러리·LP·스케이트보드…취향을 파는 백화점

6층에는 200여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 ‘알트원(ALT.1)’과 차세대 문화센터 ‘CH 1985’가 들어섰다. 알트원에서는 앤디워홀 대규모 회고전 ‘앤디워홀 : 비기닝 서울’이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오는 6월27일까지다. CH 1985는 ‘MZ세대를 위한 부티크 문화살롱’ 콘셉트로 운영되는 문화센터로 요가, 댄스, 웹소설 창작, 재태크 등을 배울 수 있다.

더현대 서울 지하층은 식음료를 비롯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유명한 곳은 다 모였다. 지하 1층에는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과 영국식 스콘을 판매하는 ‘카페 레이어드’ 등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맛집들이 입점했다.

지하 2층에는 H&M그룹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 아시아 첫 매장을 비롯해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과 명품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이 대거 입점했다.

신개념 편의점인 ‘나이스웨더(NiceWeather)’와 패션과 예술을 아우르는 편집숍 ‘하이츠익스체인지(HEIGHTS. EXCHANGE)’에서는 LP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선보이는 컨템퍼러리 스트리트 컬처 편집 스토어인 ‘피어(PEER)’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전시·판매 중이다.

더현대서울 피어(PEER) 매장에서 판매하는 스케이트 보드. (사진=임현지 기자)
◆ '인산인해'…끊임없는 웨이팅

더현대 서울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매장 입구마다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다. 매장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했으며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도 살균장치도 장착돼 있었다. 매장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 표시와 1m 간격 줄 서기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으나 이를 지키는 매장은 적었다.

가전 매장 앞 긴 줄에 대해 문의하자 직원은 “구경하기 위한 입장 줄”이라며 “입장 인원을 50팀으로 제한하고 있어 매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1층 워터폴 가든도 거리를 두지 않은 채 앉아 있었으며, 5~6층 사운즈포레스트 주변 휴식 공간에는 구입한 간식을 먹으며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전과 보안을 위해 배치된 직원들이 간격 유지를 안내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고객들을 전부 통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가전 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 (사진=임현지 기자)
감염이 걱정스러운 또 다른 공간은 4층 ‘가구’와 5층 ‘가전’ 매장이었다. 고객들은 인테리어 소품과 가전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뷰티 가전기기 등 소형가전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딸과 함께 백화점을 방문한 한 주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향수랑 헤어기기를 구경했는데 전부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있어서 한편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매장 내 공기 순환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고객시설에 공기살균기도 별도로 설치했다”며 “고객 접촉 빈도가 높은 출입문 손잡이에는 살균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난 순도 99.9% 구리를 얇게 펴 부착하는 등 최고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차 대란으로 더현대서울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 버스와 장애인 콜택시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임현지 기자)
◆ ‘주차 대란’ 해결 시급

매장 밖에는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차량들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오후 5시,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 행렬이 차선 두 개를 차지해버렸다. 이에 매장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여의도 환승센터 방면)’ 정류장에 정차해야 할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시민들이 차도를 가로질러 승하차해야 하는 아찔한 광경이 벌어졌다.

더욱 큰 문제는 장애인 콜택시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보호자가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으나, 버스와 마찬가지로 주차 행렬에 가로막혀 인도 쪽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장애인 콜택시는 리프트를 이용해 천천히 휠체어를 실어야 하는 만큼 인도 바로 옆에 정차해야 한다. 주차요원의 도움으로 택시는 겨우 정차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택시뿐 아니라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버스정류장 앞 주차 대란 해결이 시급해 보였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해 주말에 주변 주차장을 임차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한 개선 대책을 관계 부서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달 26일 여의도 복합문화시설 ‘파크원’에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오픈했다. 인근 상권인 영등포구, 동작구, 마포구 등을 비롯해 서울·수도권 전 지역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개점 후 1년간 매출 6300억원, 2022년에는 연매출이 7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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